[인터뷰] 이충구 "'오겜'→'신병', '현재'에 집중하며 연기하고 있어요"
영화 '인천상륙작전(2016), 드라마 '나인룸'(2018) '오징어 게임'(2021) 그리고 최근 공개된 '신병'에 이르기까지, 같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신스틸러다.
특히 큰 화제성을 낳은 '신병'을 통해 이충구는 배우 인생의 2막을 열었다. '신병'은 장삐쭈가 유튜브에서 연재한 동명의 웹 애니메이션인 신병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병영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 작품이다. 이충구는 극 중 생활관의 살림꾼이자 선후임 모두를 챙기는 일병 김상훈을 연기하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작품이 크게 화제가 됐는데, 예상했나.
"워낙 원작이 인기가 많았고 팬이 많았다. '망치지만 말자.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하며 임했다. '잘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배우들끼리는 촬영 전에도, 촬영하면서도 자주 모였다. 대부분 신인배우들이었는데, 감독님이 각각의 역할을 맡겨줘서 감사하다. 배우들끼리도 '누가 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그간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연락이 왔다. 군대 후임이나 선임, 동기들까지 연락 왔다. 군 생활하던 옛날 생각도 나더라."
"오디션 미팅을 총 세 번 했다. 작년 7월이 첫 오디션이었다. 첫 미팅 때는 감독님이 연기도 안 봤다. 당시엔 '오징어 게임'을 찍고, 공개되기 전이었다. '어떻게 지냈나. 서른다섯 정도 됐으면 작품 욕심도 생길 텐데'라며 (감독님이) 응원해 줬다. '잘 버텨왔으니, 지금 나를 만나지 않았겠냐'고 했다. 1차 오디션 때는 대화만 30분 정도 길게 했다. 보통 오디션장에 가면 어필하려고 하는데, 그땐 편하게 했다. 감독님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그렇게 '다음에 또 보자'고 하며 헤어졌다. 그러다 얼마 뒤에 두 번째 만날 때는 간부 중 하나의 역할을 제안하셨다. 이것만 잘 소화해서 보이면, 이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별말 없었다. 그러다 세 번째에는 그보다 며칠 전에 따로 연락을 받았다. '김상훈이란 인물이 있는데 한번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사실 그땐 마음을 내려놓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두세 장면 정도를 리딩했는데, 바로 앞에서 재미있게 봐주더라. '나이도 그렇고 김상훈이란 인물 자체는 다른 역할에 비해 원작과 좀 차별화돼도 될 것 같다. 격차가 커도 되니까, 선후임 사이에서 왔다 갔다만잘한다고 생각해달라'고 하더라. 그렇게 용기를 얻었다."
-삼십 대 중반인데 20대 초반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래서 전기면도기를 항상 구비했다. 겉모습에서부터 시청자분들이 보기 편하시려면 맞춰가야 했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려고 했다. 숙소에서 잠도 잘 자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오징어 게임' 속 모습과 너무 다르다.
"제 얼굴이 헤어나 수염에 따라 달라진다고들 하더라. ('오징어 게임' 이후) 변절자란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었다.(웃음)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가 나오더라. 이번에 김상훈 역할을 하면서 제 삶도 달라졌다. 작품 하면서, 감독님과 만나며 인연이란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 배우들과 촬영장에 있으면 '이 사람들과 나는 인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에 참여하며 장삐쭈 작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총 세 번 만났다. 커피차도 보내주고, 배우들에게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해줬다. 원작을 드라마화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회의하며 집중하는 모습을 봤다. 그 이면에는 '샤이'한 모습도 있더라. 말도 별로 없고 딱 본인이 할 일을 충실히 하는 모습이더라."
"7월에 감독님을 만나기 전 처음 봤다. 주변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저는 '신병' 때문에 보게 된 거다."
-댓글 같은 반응을 살펴보기도 했나.
"요즘엔 열심히 시청자분들의 반응과 댓글을 본다. 파트 1이 공개된 후, 2주간 태어나서 가장 많은 댓글을 봤다. 기분이 제일 좋았던 건 '진짜 김상훈 같은 선임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댓글이었다."
"원작에서는 더 대인이고 더 겉은 차갑고 속은 따뜻한 장면들이 있었다. 계절이 겨울로 오면서 원작에 있던 유격 장면이나 몇몇 장면이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좋아해 주시는원작 팬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다행이다. 배우들 모두가 '잘해도 본전이다'라는 마음으로 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
-싱크로율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다른 역할들에 비해서는 (싱크로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겉모습의 싱크로율 이야기다. 아무래도 원작 애니메이션 목소리가 있는데, 음성까지따라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그것보다 김상훈이란 인물이 그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그런 성격적인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시즌2가 된다면 조금 더 보완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오징어 게임'에도 출연했는데, 최근 에미상 소식이 기뻤을 것 같다.
"기뻤다. 그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허성태 선배님과 독립영화 찍을 때, 십여년 전에, 만났었다. 그때도 둘이 붙는 신이었다. '오징어 게임' 대본 리딩 때 형을 만났는데 놀랐다. 사실 대본을 읽으면서도 덕수라는 인물에 형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좋은 결과가 나와 신기했다."
"안양예고를 나오긴 했는데, 어릴 땐 (연기에 관한) 깊은 생각은 없었다. 카메라 앞 피사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군대 갔다 온 스물네 살에 했다. 뒤늦게 연기에 관한 갈증이 생겼다. 계획을 세워봤는데, 계획대로 되는 건 없더라. 그래서 어차피 계속할 것이면,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오늘과 내일을 사는 게 집중이 더 잘 되더라."
-'범죄도시3'와 '크로스'가 차기작이라던데.
"두 작품 다 정확한 개봉 시기는 모르겠다. 이르면 내년쯤 될 것 같다. '크로스'에서는 전혜진 선배님의 부하 역할로 나온다. '범죄도시3'도 짧게 나오지만, 휼륭한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열심히 촬영 중이다."
-'신병' 시즌 2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다.(웃음) 시즌 2를 한다고 하지만, 김상훈이 얼마나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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