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구성원 3명 중 1명, 직장 내 괴롭힘 겪었다
"온정주의 문화, '솜방망이 징계' 그치는 관행 이어져"
연합뉴스 구성원 3명 중 1명은 지난 3년 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1명은 같은 기간 직장 내 성희롱을 겪었다. 연합뉴스 노조가 지난 23일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연합뉴스 조합원 194명 중 72명(37.1%)은 ‘3년 내에 직장 내 괴롭힘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지난 3년 동안 직장 내 성희롱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94명 중 22명(11.3%)이었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7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성희롱·괴롭힘 실태 파악과 조직 문화 개선을 목표로 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조합원 194명이 참여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이날 노보에서 “조사 결과는 많은 사원이 아직도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설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복수 응답 가능)에는 ‘모욕 및 명예훼손’이 30.9%로 가장 많았고 ‘폭행 및 폭언’(24.1%)이 뒤를 이었다. 직·간접적으로 겪은 직장 내 성희롱의 유형으로는 ‘성적 농담, 성생활 이야기, 성희롱 경험 등을 유포하는 행위’(34.3%)가 가장 많았고, ‘원치 않는 사적 만남 요구’도 21.9%에 달했다. 다음으로 ‘특정 신체부위를 위아래로 훑거나 외모, 옷차림 등에 대해 평가하거나 부적절하게 비유’, ‘불쾌한 신체 접촉’을 겪었다는 응답은 각각 21.2%, 16.8%이었다.
노보에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겪은 구성원들의 사례가 나와 있다. 한 기자는 회식 자리에서 부서장으로부터 “너희 기사 다 X 같다”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지시를 내리고, 개인적인 일을 후배에게 시키는 상사도 있었다.
한 조합원은 상사가 일부러 신체 접촉을 하며 성적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고 노조 측에 털어놨다. 남성 선배로부터 ‘성적 판타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당혹스러웠다는 여성 조합원도 있었다. 선배로부터 “방 사진을 찍어 보내보라”는 요구를 받거나 “화장은 왜 안 하고 다녀?”,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애는 낳을 수 있겠냐?”, “오랜만에 보니 살쪘네”, “남자 친구랑 휴가 가서 좋았어?” 등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들은 조합원도 있었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구성원에게 주는 고통은 심각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나’라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근로의욕이 저하되는 등 업무 집중도가 낮아졌다’는 응답이 31.9%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나빠졌다’(28.6%), ‘퇴사하고 싶어졌다’(24.6%)가 뒤를 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가져온 영향을 묻는 질문엔 ‘업무 집중도 저하’가 35.6%를 차지했고, 이어 ‘퇴사하고 싶어졌다’(26.7%), ‘정신적·신체적 건강악화’(16.7%), ‘대인관계 어려움’(15.6%) 등으로 조사됐다.
구성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선 엄정한 징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복수응답 가능)으로 ‘강력한 처벌’을 꼽은 응답자는 각각 141명(29.8%), 155명(33.1%)이었다.
연합뉴스지부는 노보에서 “회사의 온정주의적 조직 문화가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을 쉬쉬하고 넘어가거나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문제의식도 많은 조합원이 공유하고 있었다”며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에 대한 징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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