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벌떼입찰' 10개 건설사 경찰수사 의뢰
경찰수사 후 계약해지 및 택지환수 검토
10월 모기업·계열사 '1필지1개사' 도입
정부가 공공택지 '벌떼입찰' 행위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이달 중 불법 정황이 포착된 10개 건설업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의심되는 71개 업체에 대해선 연말까지 현장점검을 시행한다.
수사 결과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계약 해제 및 택지 환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0월부터는 모기업과 계열사를 포함해 1개의 업체만 1필지 추첨에 참여할 수 있도록 '1사1필지' 제도도 도입한다.
다만 건설업체의 소송 제기, 수분양자 문제 등으로 인해 '고강도 제재'인 택지 환수까진 어려워 보이는 등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이달부터 경찰수사 시작
국토교통부는 2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벌떼입찰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최근 3년간(2019~2021년) LH로부터 공공택지를 추첨 공급받은 총 101개사 133필지에 대해 살펴본 결과, 현장점검한 10개사와 서류조사만 실시한 71개사 등 총 81개사 111개 필지에서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영우 주택토지실 토지정책관은 "과거 택지에 대해선 조사해 추가적인 조치를 요청하는 한편, 앞으로는 1사1필지 방식 등을 도입해 국민들이 다양한 브랜드의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현장점검에서 불법적인 벌떼입찰 정황이 포착된 10개 업체에 대해선 이달 중 경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벌떼입찰이란 입찰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모기업과 다수의 계열사들이 벌떼처럼 입찰에 참여하는 행태다. 이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계열사로 둔갑시키는 식으로 벌떼입찰을 하는 건 불법이다.
최근 국회에서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개 업체가 지난 2017~2021년 전체 공급 필지의 37%를 가져갔다며 문제 제기된 바 있다.
남영우 토지정책관은 "이번 수사 및 점검 대상인 81개 업체에 위 5개 업체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의뢰 대상인 10개 업체는 계약 당시 등록기준을 미달(페이퍼컴퍼니)해 1순위 청약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토지매매계약서 9조'에 따라 계약이 해제되고 '민법 제548조'에 따라 택지를 빼앗긴다.
남 정책관은 "현장점검을 해 보니 계열사 대표가 택지를 받았는지조차 모르거나 계열사 직원이 본사 업무를 하고 수당, 출장비 등을 본사로부터 수령받는 등의 여러 정황들이 있었다"면서도 "행위 당시 위법이 있음이 확인돼야 계약해제 및 환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소되려면 경찰 수사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류조사 결과 벌떼입찰 행위가 의심되는 71개 업체에 대해선 연말까지 지자체·LH와 함께 합동 점검에 나선다. 그 결과에 따라 경찰수사 의뢰 및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총 81개 의심업체 중 법규위반 업체들은 행정제재 처분과 함께 사전청약 참여 시 제공하기로 했던 인센티브 축소도 적용할 계획이다. 모든 업체에 대한 사전청약 혜택은 수사 등이 종료될 때까지 잠정 중단한다.
사전청약 가점을 받은 업체 중 법규위반 업체는 △경쟁방식 최대 5%에서 일괄 1%(본청약은 0.5%) △추첨방식 최대 4점에서 일괄 1점(본청약은 0.5점) △우선공급 최대 2회 공급에서 참여 불가 등으로 인센티브를 줄인다.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한 무분별한 추첨 참여가 담합 또는 부당지원 등에 해당돼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다.
추첨 참여는 '1필지1개사'만
공공택지 벌떼입찰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 보완책도 마련했다.
우선 공공택지 추첨에 참여 가능한 모기업과 계열사의 개수를 1필지에 1개사로 제한하는 '1사1필지 제도'를 10월중 시행할 계획이다.
공공택지 경쟁률이 과열되는 규제지역(주택법상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의 300가구 이상의 택지에 3년간(오는 2025년까지) 시행하고 성과점검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적용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 남 정책관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가장 경쟁률이 높은 지역을 타깃으로 했다"며 "최근 규제지역이 일부 해제됐지만 수도권 상당부분이 수도권정비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등으로 묶여 있어 상당부분 걸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LH 등 공공택지 공급자가 당첨업체 선정 즉시 지자체에 해당 업체의 페이퍼컴퍼니 여부 등을 점검 요청하고, 지자체는 30일 이내에 점검 결과를 택지공급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등 페이퍼컴퍼니 사전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택지 관련 업무 수행 과정에서 택지 당첨 업체가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경우 택지공급 계약을 해제하고 향후 3년간 택지공급을 제한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한다.
택지공급 계약 등 관련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대리인의 범위를 소속 직원으로 제한(2년 이상 재직자 원칙)하고, 위임장과 함께 근로계약서 등 증빙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택지공급 절차도 개선한다.
아울러 현재 48%에 달하는 경쟁 방식을 2024년까지는 63%로 확대해 추첨 방식을 점차 줄여나갈 예정이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단지를 방문해 "이번 조치를 통해 앞으로는 일부 특정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편법적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제도 개선에 따른 실효성 여부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고 있다.
불법적인 벌떼입찰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택지 환수가 필요한 상황이어도 건설업체의 반발이나 분양 상태 등에 따라 이를 이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남 정책관은 "택지 환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제3자 권리관계가 형성돼 있고 위법 여부 전제 조건 하에서도 부당이득이 얼마나 있었는지 부당이득 환수 방법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111개 필지들을 보면 LH가 아직 보유하고 있는 곳도 있고 LH에서 땅을 받았지만 더이상 진행이 안 되고 있거나 제3자에게 합법 전매되거나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도 하는 등 '스테이지'(사업 단계)가 다 다르다"며 "스테이지별로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다르다"고도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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