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봉쇄 후 관광재개한 한국.."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NYT

이서영 기자 2022. 9. 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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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해 6월 2년 만에 외국인 관광객 맞기 시작
기자, 한옥마을 사원 등 거치며 '고요한 아침' 경험
영암 구림 한옥마을 ⓒ News1 박진규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고요한 아침의 나라.'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한국을 소개한 열쇳말이다. 근 몇년 사이 전 세계를 매료한 영화작품과 아이돌 그룹, 뷰티제품, 김치를 제치고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소개한 건 왜일까.

올해 6월을 기점으로 한국은 2년 만에 다시금 단기 여행비자를 발급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비자를 신청해 한국을 방문한 아담 그래햄 기자는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한국이 다시금 '평온함'을 되찾았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서울은 고요하기보다는 북적이는 곳이었다. 때문에 그래햄 기자는 서울을 떠나 강원도부터 시작해 설악산 템플스테이, 안동 한옥마을, 넷플릭스 '셰프의 밥상'에 소개된 전라남도 식당들을 거쳐 청평의 한식집에서의 정갈한 식사로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 News1 박하림 기자

기자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의 2017년 영화 '옥자' 촬영 장소인 강원도다.

비무장지대(DMZ) 보다는 한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강원도를 찾은 기자는 곧장 한국의 21개 국립공원 중 하나이자 태백산맥에 있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설악산'으로 향했다.

기자는 본인이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 8시간에서 최대 11시간 가량의 여유가 있다면 설악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5604 피트의 '대청봉'까지 등산해볼 것을 추천했다.

그는 대신 산 정상들을 굽어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택했다. 그래햄은 "여섯 개의 꿀빛 화강암 봉우리들이 마치 우뚝 솟은 성처럼 보였고 마치 가느다란 손가락처럼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고 표현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덕수궁에서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시간여행 그날, 고종-대한의 꿈'이 공연이 열리고 있다. 궁중문화축전은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궁궐을 활용해 국민들이 더욱 친숙하게 우리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한국문화재재단 제공) 2019.4.28/뉴스1

기자가 다음으로 찾은 곳은 설악산보다 더 인적이 드문 무릉계곡 골짜기에 깊숙이 숨어있는 사찰이었다. 무려 1000년 역사를 가진 삼화사에서 기자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다섯 친구를 돕자'라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화려한 채식과 식사, 매니큐어 정원에 온천욕까지 제공하는 일본의 관광객 중심의 슈쿠보(템플스테이)와는 다르게 한국 템플스테이는 '실제 사는 방식'에 더 충실하도록 한다고 평했다.

기자는 삼화사에서 묵는 이들이 직접 집안일을 끝내도록 했다고 했다. 샤워실과 개인 화장실이 있고 난방이 충분히 됐지만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한 콘센트는 제공되지 않았다.

다음 목적지는 안동 하회마을의 한옥이다. 차를 타고 2시간 동안 남쪽으로 내려가 낙동강의 평평하고 모래가 많은 황소 뱃머리에 자리한 안동 하회 한옥 마을에 도착했다.

그래햄은 "마을 중심에는 1811년 귀족가문을 위해 지은 뒤 2016년 한옥으로 개조된 북촌댁이 있었다"며 "대청마루가 있고 300년 된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고 회고했다.

템플스테이 당시 깔려있던 요와는 다르게 한옥에서의 요는 손으로 직접 짠 면 양모 였다. 부드러움에 취해 있던 중 기자를 잠에 까무룩 빠져들게 한 것은 자연의 소리였다.

마을의 모래밭 소나무 숲을 거니는 물사슴 한 쌍의 강바닥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해질녘의 어스름 따라 지저귀는 개똥지빠귀, 까치 등의 야생 새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자장가 선율처럼 퍼졌다고 했다.

춘천 의암호에 '물레길'을 만들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한 카누 여행. (한국관광공사 제공) ⓒ News1

남서쪽으로 두시간 더 이동한 그래햄은 전라남도의 구릉 해안으로 향했다. 넷플릭스 프로그램인 '셰프의 밥상' 에피소드에 소개된 정관 스님이 계신 '미식 창조도시 전주'를 찾았다.

이 곳에서 기자는 두 번째 한옥을 찾았는데 1908년 왕궁 목수들의 튼튼한 검은 소나무로 만든 넓은 판자로 지어진 '학인당'이라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빗소리가 대청마루를 적시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아침이 되자 시조 서화순의 증손녀는 1950년대 의복을 갖춰 입은 채 채 썬 백합, 표고버섯, 당근 등으로 만든 전통 요리와 연근, 훌륭하게 구운 한우 구이 등 25개의 찬들이 빼곡히 상을 채운 아침 식사를 맞이했다고 회상했다.

기자의 마지막 여행지는 돌담길과 한가로운 카페, 상점으로 유명한 창평이다. 이곳은 '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장 대가인 기순도의 집 앞마당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발효 장으로 가득 찬 항아리 수십 개가 있었다고 했다. 기순도 대가의 가족은 수많은 장들을 10대째 만들어오고 있고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그렇게 기자는 KTX를 타고 서울로 넘어왔다. 시내에는 제2롯데월드 타워와 고급스러운 쇼핑몰, 박물관, 현대식 호텔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기자는 도시보다는 자연과 인접한 농촌을 방문할 것을 추천했다.

그래햄은 "외국인들은 이제서야 겨우 한국과 한국 음식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한국 고유의 전통이 세계에도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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