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금융시장 냉각에 매각·상장 삐걱(종합)

홍유담 2022. 9. 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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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아람 홍유담 이미령 기자 = 금리와 환율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부동산 매각이나 상장 추진 작업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면 부도나 파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브룩필드자산운용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입을 위해 진행하던 협상을 중단하기로 하고 보증금 반환을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5월 미래에셋은 IF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매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2천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납입했다.

IFC 인수 대금은 총 4조1천억원으로, 미래에셋은 대출 2조1천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원을 '세이지리츠'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다.

미래에셋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리츠 영업인가를 신청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으나 자금 확보에 애를 먹은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세이지리츠에 대해 "대출 비중이 너무 높다"며 영업인가 승인을 불허했다. 해당 리츠는 에쿼티 펀드와 메자닌 펀드로 구성됐는데, 메자닌이 대출과 유사한 특성을 띠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리츠 인가를 받지 못하자 대안 펀드 등을 통해 2조원의 70∼80%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브룩필드가 리츠 인가 불승인 이후 역외 거래를 제안한 것도 협상 결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은 펀드를 활용해 IFC에 속한 부동산(오피스 3개 동·콘래드 호텔·IFC몰)을 각각 소유한 국내 특수목적법인(SPC) 5곳을 인수하고자 했으나, 브룩필드는 이들 SPC를 한꺼번에 소유한 또 다른 싱가포르 SPC를 인수하도록 요구했다.

한국 과세당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 미래에셋과 역외거래를 원하는 브룩필드 간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난항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급등하고 환율이 뛰면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고 가격 면에서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대에서 1,400원대로 오르면서 브룩필드 입장에서도 자금 회수가 예상만큼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협상의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여의도 IFC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사례 외에도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중단 사례도 잇따른다. 최근 들어 메가스터디교육,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매각 협상이 중단됐으며 한온시스템 매각은 장기화 수순에 들어갔다.

임플란트 회사 디오는 지난달 30일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투자 지주회사 세심과 맺은 매매계약을 취소한다고 공시하면서 대외 경제 여건 변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또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서면서 증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어 상장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 5곳, 코스닥시장 15곳 등 20개 비상장사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철회했다. 15곳은 심사를 받는 중에 철회했으며 심사 승인을 받은 5곳은 공모 과정에서 중단했다.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4곳이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 등으로 공모를 철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약세장으로 들어가면서 원하는 가격에 상장이 이뤄지기 어렵다 보니 상장을 미루는 곳이 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더 나은 시기가 올 때까지 상장을 미루는 것이 낫지만, 벤처에 투자한 투자자는 자금 회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금융시장이 악화하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며 공격적인 인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리 상승에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M&A 차질이나 부도나 파산이 줄을 잇기도 했다.

투자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했다가 나중에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덩치 큰 기업을 인수했다가 그룹이 쓰러진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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