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벌떼입찰' 막는다..10월부터 '1사 1필지제' 도입
건설업계의 뿌리깊은 관행인 ‘벌떼입찰’을 막기 위해 10월부터 규제지역 내 공공택지 경쟁입찰 시 ‘1사 1필지 제도’가 도입된다. 대형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입찰 기회가 확대돼 주택품질 향상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떼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다수 확보해 온 건설사들은 경찰 수사 및 택지 환수 등 처벌을 받게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6일 이같은 내용의 공공택지 경쟁입찰 제도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수익성 높은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나 위장계열사 등을 동원해 집중 입찰하는 방식으로 택지를 낙찰받는 행위를 뜻한다.
정부는 그간 계열사 간 택지 전매금지, 입찰자격 강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벌떼입찰을 근절하진 못했다. 공공택지 입찰경쟁률을 보면 2020년 평균 ‘206대 1’에서 올 4월 기준 ‘34대 1’로 줄긴했지만 특정 택지에 따라선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경쟁률이 높다. 지난 8월 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예결위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간 낙찰된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37%)를 호반·대방·중흥·우미·제일 등 5개 건설사가 가져갔다.
제도 개선안을 보면 10월부터 택지 추첨에 참여 가능한 모기업과 계열사의 개수를 1필지당 1개사로만 제한하는 ‘1사 1필지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규제지역 내 300가구 이상 규모 공공택지가 우선 적용 대상이다. 국토부는 2025년까지 제도를 운영한 뒤 평가를 거쳐 연장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1사 1필지 확인은 공시 현황 확인, 최근 1년간 감사보고서 확인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하기로 했다.
LH 등 택지 공급자는 공공택지 당첨업체가 선정되면 즉시 해당 지자체에 업체의 페이퍼컴퍼니 여부 등을 조회하고, 지자체는 30일 이내 결과를 통보하는 등 확인 절차도 강화된다.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증 대여를 통한 입찰 및 담합 등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등록증 대여자뿐만 아니라 차용자, 알선자, 공모자 등도 모두 처벌되도록 주택법이 개정된다.
택지를 낙찰받은 업체가 직접 주택건설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택지공급 계약 해제 및 3년간 택지공급 제한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모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택지를 확보한 뒤 자금·인력 등을 지원해 사실상 모기업 소유 택지처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3년간 낙찰된 131개 필지 중 111개에서 벌떼입찰 의혹
최근 3년간 진행된 공공택지 입찰에서 벌떼입찰 등 위법행위 의혹이 있는 업체들에 대한 처벌도 본격화된다. 국토부 조사결과 해당 기간 중 택지를 낙찰받은 101개사(133필지) 중 81개사(111개 필지)에서 벌떼입찰 의심 정황 등이 발견됐다.
국토부는 적발된 81개사 중 현장점검을 통해 혐의가 확인된 10개 업체는 행정처분 및 경찰수사를 의뢰했다. 수사결과 등에 따라 해당 업체에는 계약해제, 택지원상회복(택지환수), 환수 불가 시 부당이득환수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의 추가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수사 의뢰된 업체에는 강민국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중견건설사도 2~3곳 가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71개 업체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현장점검 등을 거친 뒤 수사 의뢰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행정처분 및 수사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건설사들에 제공된 ‘주택 사전청약 참여에 따른 입찰 시 인센티브’ 혜택도 잠정 중단되거나 혜택이 축소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벌떼입찰 문제로 인한 수익성 등의 문제로 공공택지 입찰을 꺼려해 온 대형건설사들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는 일부 특정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편법적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공공택지에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설사 브랜드들이 다양해지고, 보다 특색있는 아파트 공급이 가능해져 소비자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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