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동 대표의 메타버스 제대로 타기]<8·끝> 메타버스의 시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이 못마땅하거나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인류는 그러한 갈망을 끊임없이 표출하고 바로잡으려는 행동을 함으로써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그런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인간이 원시생활을 처음 할 때는 함께 사냥하고 열매를 따고, 그것을 함께 나눠 먹고 함께 생산하고 함께 소비하는 생활을 했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우리는 역사 시간에 이 시대를 원시 공산사회라고 배웠다. 그러다가 도구나 무기를 소유하는 힘센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지배하면서 계급이란 것이 생겨났고, 힘 있는 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들을 노예로 만들어서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삶을 유지했다. 그 시대가 고대 노예제 사회다.
시간이 흘러 인간들은 더 이상 위험한 사냥을 하지 않고도 식량을 조달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바로 농사를 짓는 일이다. 농사를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이었고, 그 땅을 소유한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농사를 짓게 하고 거기서 나온 수확물의 대부분을 가져간다. 이때를 우리는 중세 봉건사회라고 부른다. 이때부터 이 부조리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소작농들이 변화를 꿈꾸기 시작한다. 그때 발달하기 시작한 것이 마침 상업이란 활동이었고, 소작농들은 뼈빠지게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단 것을 알게 된다. 발 빠른 사람 몇몇이 물건을 사고 팔면서 부자가 되기 시작했고,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물건을 만드는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권력계급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들은 봉건영주라 불리며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려 온 땅을 가진 자들의 횡포에 대항했고, 마침내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봉건사회를 끝낸다.
영주들이 힘을 잃으면서 그들을 대신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계급은 돈과 공장을 가진 부자들이었고, 그들이 새로운 형태로 돈과 공장이 없는 자들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그 시대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시대의 시작이다. 당연히 이 시대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존재했고, 또 새로운 문제들이 축적돼 왔다. 주인과 노예 또는 영주와 농노 관계는 아니지만 새로운 형태의 계급이나 계층이 생겨났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빈부 격차가 존재했다. 그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 시대의 여러 제도는 없는 자들보다 있는 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불합리함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듯하다. 자본이 있는 자들이 그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각종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각종 과학기술 발달로 자신의 노동을 팔아서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일자리를 로봇과 AI에 빼앗기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불안감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 세상은 의사결정을 소수의 대리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투명하게 결정되는 세상(탈중앙화 거버넌스)이며, 내가 생산해 낸 물건과 서비스의 가치를 내가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으며(Creator Economy),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내용이나 규모 및 그것의 거래 내역을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세상(퍼블릭 블록체인·토큰경제)이다. 이 세상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으며,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외모와 목소리를 가질 수 있으며,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뚝딱 만들어 낼 수도 있다(블록체인 포크). 이 세상의 이름이 바로 메타버스다. 필자가 첫 번째 글에서 메타버스가 기술 이름이 아니라 시대 이름이라고 한 것을 기억하는가. 이 시대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우리 곁에 성큼 와 있으며, 끊임없이 그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지금까지 필자의 칼럼을 읽어 준 독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새로운 시대의 흥미로운 여정 어디에선가 다시 만나게 되길 바라며 연재를 마친다.
김창동 루씨드드림 대표 cdkim@LDfac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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