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대한민국으로 가자!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순방길 중 뉴욕대가 주최하는 디지털 포럼에 참석해 디지털 혁신 비전, 즉 뉴욕 구상을 밝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디지털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뉴욕 실리콘앨리에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 비전을 세계와 공유하고 세계 시민이 추구해야 할 디지털 질서를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K-디지털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뉴욕 구상을 이어 새 정부의 디지털 종합계획(Master Plan)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우리는 디지털 혁신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서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는 디지털 경제가 삶과 사회 전반에 가져오는 변혁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했는데 이는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가 축적돼 있었기에 가능했다. 산업에서 관련 분야의 기여도 늘어났다. 2022년 상반기 정보통신기술 수출은 1225억5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35%를 차지한다. 하지만 준비가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 간 연계와 활용은 아직 미흡하며, 인공지능·양자와 같은 핵심 기술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하다. 더욱이 세계 100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55개사가 규제로 말미암아 국내에서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상황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국가사회가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 마련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한눈파는 사이 언제라도 디지털 강국에서 변방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유로 정부가 세계적인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서 인공지능, 지능형반도체, 양자 등 '6대 디지털 전략기술'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반가웠다. 특히 세계 각국이 유례없는 침체를 겪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존의 백화점식 투자에서 벗어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서 선택과 집중을 도모했다는 점은 현명한 선택이다.
또한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 대책, 디지털 기반 국민 안전 강화방안 등 디지털 분야의 굵직한 정책이 발표된 바 있다. 동시에 새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통해 산·학·연 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의 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현장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성과가 많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유사한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100만 인재 종합방안은 현장 의견을 관계부처가 힘을 모아 함께 반영해서 마련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초·중학교의 정보교육 수업시간을 2배 이상 늘려 공교육 내에서 디지털 역량을 함양하고 특화교육과정, 영재학급 및 첨단분야 학과 증원, 계약정원제 등 교육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국가안보의 핵심인 사이버안보 강화를 위해 2026년까지 최정예 사이버 인재 10만명을 양성하는 정책도 발표했다. 이에 더하여 민간과 정부의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간 연계가 중요할 텐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시한 재능 사다리는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이와 함께 최근 출범한 국가데이터전략위원회는 데이터 관련 생산·유통·활용을 촉진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등 디지털 산업의 혁신적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9월 초 출범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때 민간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며 유연한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 이처럼 민·관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혁신의 동반자가 되는 국정운영 모델이 성공한다면 세계 속의 진정한 디지털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는 늦었으나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구호 아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선진국보다 먼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추진했고,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다. 역사적으로 전환기마다 변화에 대처하고 앞서 나간 나라가 패권국으로 떠올랐음을 상기하면 디지털 경제시대는 또 한 번의 기회다. 우리가 보유한 디지털 역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숨 가쁘게 진행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디지털 경제의 패권을 움켜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잠재력이 있다. 지금은 민·관이 뜻과 힘을 모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할 때다.
박재문 한국정보방송통신(ICT) 대연합 사무총장 kccpark@kfic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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