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최악 인플레 연료삼아 급부상한 유럽 극우세력

이용성 기자 2022. 9. 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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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스웨덴 극우정당 약진..이탈리아선 극우정권 출범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주요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극우세력이 이탈리아에서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대표이자 차기 총리 후보인 조리자 멜로니가 25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투표장에서 조기 총선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주축이 된 이탈리아 우파 연합은 투표 뒤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예상대로 상·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변방으로 치부되던 극우 세력이 주류로 거듭나며 이제는 유로존 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집권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것.

그 중심에 있는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2차대전 이후 집권한 첫 극우 지도자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Fdl은 멜로니가 창당을 주도한 정당으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뿌리를 둔 극우 정당으로 분류된다. MSI는 무솔리니의 추종자들이 1946년 설립한 정당이라 일각에선 멜로니가 파시즘의 계승자 이른바 ‘네오 파시스트’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우파 연합이 승리한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는 8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9.0% 상승해 7월의 8.4%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탈리아 극우 세력은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과 구매력 감소라는 유권자들의 좌절감을 선거전에서 최대한 활용해 지지층을 늘렸다.

멜로니가 이끄는 Fdl은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때 유일하게 내각에 참가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았다. 결국 생활고 속에 지난 정부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가 정부지출 확대와 대대적인 감세를 공약한 Fdl에 쏠리면서 멜로니가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누렸다는 평가다.

극우 세력이 힘을 키운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민과 난민에 적대적인 정서도 이들이 외연을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해 유럽의 관문 국가로 불리는 이탈리아에선 특히 난민에 적대적인 정서가 강하다.

2018년 조사에선 이민자들이 많아질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대답한 이탈리아 응답자 비율이 58%에 달했다. 유럽 평균인 14%에 비해 네 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또한 응답자의 74%가 범죄율 상승은 이민자들의 책임이라고 답변해 유럽 평균(57%)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로 잠시 잠잠했던 아프리카 이주민·난민 행렬이 다시 이어지면서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세력의 힘도 커지기 시작했다.

멜로니는 지난달 23일 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을 신청한 23세 남성이 이탈리아 북부 파아첸차에서 우크라이나 국적의 55세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됐다. 누군가 창가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멜로니는 이 영상에 대해 “이 끔찍한 성폭행 사건 앞에서 침묵을 지킬 수 없다”며 “도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성폭행 동영상으로 그는 거센 역풍을 맞았다. 피해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성폭행 영상을 확산시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졌지만 멜로니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선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20%가 넘는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올라 화제가 됐다. 스웨덴민주당의 득표율은 2010년 5.7%, 2014년 12.9%, 2018년 17.5%에서 이번에 역대 최대인 20.6%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반이민 정서를 파고든 스웨덴민주당은 ‘이주민 제로’,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민주의 전통이 깊은 스웨덴에서 스웨덴민주당의 성공은 어떤 나라도 극우 정당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도 지난 6월 총선에서 유럽의 간판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정통 보수정당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이 됐다. 닉 치즈먼 영국 버밍엄대 정치학 교수는 “식료품과 주유비 상승,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 하락, 불평등 증가, 계층 이동 감소, 이민에 대한 우려는 극우 지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절망감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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