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라지는데, 단축영업은 여전..영업시간 정상화 언제쯤
5년여간 문닫은 은행 영업점도 1천곳 넘어
금융소비자 불편에 정치권도 날 선 비판 이어져
노사 합의 관건 "대표단교섭서 실마리 찾아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영업점포 폐쇄를 비롯해 영업시간 단축 등 금융공공성을 저해하는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두고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여간 문을 닫은 은행 영업점 수가 1000곳이 넘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영업점은 여전히 1시간 단축 영업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영업시간 복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하지만, 이번 단체협약 전반에 걸쳐 양측의 입장 차가 뚜렷해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은행 지점 폐쇄 및 출장소 전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올해 8월까지 폐쇄된 국내 은행 지점은 총 1112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340개, 2018년 74개, 2019년 94개, 2020년 216개, 2021년 209개 줄었고,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지점 179개가 문을 닫았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285개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188개), 우리은행(157개), KB국민은행(151개), 씨티은행(88개), 농협(43개), SC제일은행(38개) 등 순이다.
은행 지점의 폐쇄 배경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 사용 증가, 중복점포 정리 확대 등이 주된 사유로 꼽힌다. 하지만 적자도 아닌 은행이 비대면 거래 증가를 이유로 점포를 폐쇄하는 것은 공공성을 배제한 채 금융소외계층이나 노약자의 금융 서비스 권리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당국의 은행 지역재투자 평가 시 점포 감소에 대한 감점 부과 폭을 확대하는 식으로 금융 접근성을 확보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시중은행 대부분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1시간 단축 영업을 하고 있는 행태 또한 소비자 빈축을 사고 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12월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단축 영업을 했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67곳이 아직도 단축된 영업시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형마트와 영화관, 백화점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은 기존 영업시간으로 복귀한 상태지만 은행은 1년 10개월이 넘게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단축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은 영업시간 단축 해제는 금융산업사용자 협의회 산별교섭 합의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며 뒷짐을 지는 모습이다.
영업시간 복원은 노사 간 단체협약 안건으로 올라와 있지만 아직까지 협상 테이블에 거론되진 않은 상태다. 노조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주 4.5일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시간 복원은 자칫 직원 복지의 후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다가 사측도 영업시간 단축으로 인건비를 줄였던 측면이 있었던 만큼 협상 우선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기존 영업시간으로 복원을 하게 되면 은행원의 야근 일상화가 다시 시작될 게 분명하다”면서 “직원들의 근무 형태는 어떤 식으로 개선할 것인지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노사 합의 없이는 은행 영업시간 복원도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노조는 지난 16일 총파업에 이어 30일 2차 파업을 예고한 상태로, 노사가 극적 타결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 내로 대표단 교섭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차 파업 이전에 노사 간 원만한 협상 타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영업점포 폐쇄나 영업시간 단축 등 금융공공성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금융공공성을 저해하는 영업행태를 좌시할 경우 향후 국정감사에서 관련 안건으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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