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돌고 돌아 결국 한화 품에 안기나

김상범 기자 2022. 9. 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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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한화가 13년만에 다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자금 부족으로 계약금까지 냈던 대우조선 인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 이후 재도전이다. 산업은행의 오랜 고민거리였던 대우조선 민영화 문제는 최근 한화의 방산사업 중점 육성, 조선 업황의 개선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며 21년만에 ‘빅딜’ 성사를 눈 앞에 뒀다. 대우조선이 자본잠식과 적자의 늪을 벗어나 경영 정상화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가 성사되면 한화그룹은 49.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한화와 대우조선은 오는 11월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의 계열사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신주를 받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에스아이티·한화에너지싱가폴·한화에너지재팬)이 총 1000억원을 넣을 계획이다.

대우조선의 민간 매각 시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화됐다. 한화그룹은 당시 극적으로 인수 계약까지 맺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조달 계획 차질, 기업 실사 불발에 따른 마찰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

그 뒤로 대우조선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조선업 불황과 내부 분식회계 등이 겹치면서다. 정부는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7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대우조선에 막대한 자금이 빨려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새 주인 찾기’는 표류해 왔다.

2019년 정부가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를 ‘빅2’로 재편하기 위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인수를 불허하면서 이마저도 실패했다. 지지부진하던 매각 작업은 최근 강석훈 산은 회장이 “(각겨보다는) 대우조선의 ‘빠른 매각’ 추진”을 강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화가 다시 나선 것은 우선 대우조선의 몸값이 2조원대로 하락한 덕분이다. 한화의 2008년 입찰 당시인수대금(6조3000억원)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한화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한화는 최근 (주)한화 방산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를 통합해 종합 방산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군함 등 특수선 분야만 손에 넣으면 한화는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조선업 ‘슈퍼사이클’도 인수 결정에 영향을 줬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현재까지 86억달러어치 일감을 수주하면서 연간 수주 목표의 97%를 조기달성했다. 특히 LNG 운반선 수요는 나날히 신조선가를 갱신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화는 현재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는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 생산 기술(FLNG) 등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가진 해상풍력설치선(WTIV)도 활용할 수 있다.

대우조선이 한화 품에 안기더라도 경영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569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지만 수금 시점까지는 수 년이 걸린다. 지난 6월 하청노조의 도크 점거농성이 발생하는 등 저임금 구조로 인한 노사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며 “노조와도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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