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만원어치만요".. 1주 매수때와 수수료율 비슷
NH 등 5개사 소수단위 거래 시작
활성화 한계불구 접근성 확대 기대
국내 주식을 1주 미만 소수점 단위로 쪼개 사고파는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졌다. 주가가 비싸 투자가 힘들었던 고가 주식을 사고 팔기가 한결 쉬워지는 것이다. 해외 주식에만 적용됐던 소수점 거래가 국내 주식까지 확대된 것은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소수 단위 주식 거래는 주식을 1주 단위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점 단위까지 쪼개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1주당 65만원 수준인 LG생활건강 주식을 0.1주(6만5000원)만 살 수도 있고, 1만원 어치만 살 수도 있다.다만 증권사에 따라 주문 금액 단위, 취합 주기, 주문 가능 종목, 의결권 행사 가능 여부 등 세부 내용이 다르므로 투자전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수수료는 온주 거래와 같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NH·KB·미래에셋 등 5개사 오늘부터 소수점거래 시작= 한국예탁결제원과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는 26일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단위 매수주문을 취합하고 부족분을 자기재산으로 채워 온주를 취득한 뒤 해당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고, 예탁결제원은 신탁받은 주식에 기초해 다수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탁원 측은 "이번 서비스로 투자자의 주식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고, 증권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날 5개사에 이어 순차적으로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10월 4일부터,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상상인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은 연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SK증권 등 12개사는 내년 이후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증권사마다 주문 금액·취합주기 등 달라…의결권 행사도 가능=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는 증권사마다 주문 금액 단위, 주문 취합 주기, 주문 가능 종목 등 세부 내용이 달라 확인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10분 단위 주문 취합으로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단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소수점 거래의 경우 여러 투자자들의 주문을 합산해 호가를 제출하는 구조여서 일반 거래와는 달리 실시간으로 체결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자의 주문을 매 10분 단위로 거래소에 전송하는 방식을 채택, 실시간 거래에 가까운 환경을 구현했다. 1000원부터 1원 단위로 투자자가 원하는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여섯째 자리까지 소수점 단위로 구분해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NH투자증권은 1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예약주문을 통해 24시간 주문이 가능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국내 주식 소수점 매매는 760여개 종목이 대상이다. 장바구니 기능을 도입, 소수점 매매를 원하는 종목을 30개까지 담아둘 수 있으며 일괄 매수도 가능하다. KB증권에서는 약 350개 종목의 매매가 가능하며, 영업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총 5번 주문이 체결된다. 연말까지 국내 거주 개인 고객이 2만원 이하 국내 소수점 주식을 매수 시 수수료 0원 이벤트도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고객이 종목을 선택해 1000원 단위로 금액과 기간을 설정하면 주기적으로 자동 구매해주는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예탁원은 소수점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시스템도 구축했다. 개별 증권사와 고객 간 약관에 따라 소수 단위의 의결권을 취합해 행사할 수도 있다. 증권사는 의결권 행사, 미행사, 중립투표 중 하나를 선택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증권사에서는 투자자가 A주를 0.2주 갖고 있다면 주총 안건별로 0.2만큼의 찬반 의사를 낼 수 있다. 증권사는 이를 취합해 온주 단위로 예탁원에 의결권 행사를 통보하고, 예탁원은 발행회사에 신탁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만 이날 서비스를 시작하는 5개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소수점 거래는 수수료가 온주 거래보다 높기 마련인데, 현재로서는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수수료는 일반 국내주식 매매 수수료율과 동일하다.
소수점 거래와 관련, 국내 주식의 경우 1주당 100만원 이상인 황제주가 전무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100만원이 넘던 LG생활건강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주가가 크게 하락해 더 이상 고가 주식이라 하기도 어렵다.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하회하는 등 약세장에서 당장 거래금액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현재 14개 증권사에서 시행 중인 해외 주식 소수점거래를 보면 미국 주식 거래금액의 약 1% 정도를 차지한다"며 "국내 주식 소수점거래가 시작돼도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가 금액 제한 때문에 기관보다 분산투자하기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고,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를 실현한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이윤희기자 s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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