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2002년 '안시장'과 2022년 '날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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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이 XX', '바이든? 날리면?' 발언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퍼뜩 뇌리를 스치는 이가 있다.
그러나 노 후보 측은 'XXX' 발언에 대해 "아이썅이 아니라 안 시장이라고 했다"고 보도를 부인했고, 노 후보는 "내가 어느 대목에서 욕을 했다는 것이냐"며 펄쩍 뛰었다.
이번 파동이 20년 전 '안 시장' 논란 때처럼 특정 언론사를 둘러싼 진영 대립으로 확산하고 있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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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논설위원 =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 '바이든? 날리면?' 발언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퍼뜩 뇌리를 스치는 이가 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5월 29일 그는 부산발 보도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한 일간지는 30일자 '깽판 이어 또 '에이'…盧 발언 연일 구설수' 제하 기사에서 노 후보가 부산 유세 중 "'에이 썅, 안 시장이 배짱 쑥 내밀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발언의 내용과 맥락은 이렇다.
"(부산) 경마장이 진해쪽으로 넘어간다는 거 아입니까? (아닙니까?) 그거 안 넘어가게 붙들려고 하면은 (안상영 부산시장과) 뭔가 손발을 맞춰야 되겠는데 'XXX' 배짱 쑥 내고…."
하루 전 인천에서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고 말해 한나라당의 공격을 받았던 노 후보였다. 신문 보도를 근거로 한나라당은 "서민후보가 아니라 천민후보"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 후보 측은 'XXX' 발언에 대해 "아이썅이 아니라 안 시장이라고 했다"고 보도를 부인했고, 노 후보는 "내가 어느 대목에서 욕을 했다는 것이냐"며 펄쩍 뛰었다.
연설 녹음을 몇 번이나 틀어봤지만, 희한하게도 의견은 달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기자 11명 중 8명은 '안 시장'으로, 3명은 '아이 썅'으로 들린다고 했다. '에이 썅'으로 들린다는 기자는 없었다고 한다.
발언의 진실이야 어떻든 후폭풍은 컸다. 6월 1일 실시한 MBC-갤럽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33.6%, 노무현 33.1%, 정몽준 12.3%로 이 후보가 앞섰다. 3자 대결 시 두 달 반 만에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이 후보가 노 후보를 제치고 선두에 오른 것이었다.
말 몇 마디로 지지율이 떨어진 노 후보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역시 최근의 회복세가 꺾이는 양상이다.
26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하루 기준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 20일 36.4%에서 23일 32.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9월 19∼23일, 유권자 2천533명 대상).
또 다른 공통점은 '적대적 언론 환경'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노 후보는 한 보수지가 악의적 보도를 일삼는다면서 "깽판을 얘기하려면 이회창의 빠순이(막말)에 대해서도 써라"라고 반발했다.
26일 귀국 후 첫 출근길 문답에 나선 윤 대통령은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해 "논란이라기보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면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공방 차원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언론사가 보도 전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게이트키핑을 제대로 했느냐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나 인물일수록 언론사 데스크는 현미경 들이대듯 기사를 빈틈없이 챙겨야 한다.
이번 파동이 20년 전 '안 시장' 논란 때처럼 특정 언론사를 둘러싼 진영 대립으로 확산하고 있어 유감스럽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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