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21년 만에 겨우 주인 찾았다.. 가치는 3분의 1 토막
2003년부터 "매각하겠다" 이야기 나왔지만 지지 부진
한화, 2008년 6.3조 인수 무르면서 위약금 1900억원 내
대우조선해양이 23년 만에 KDB산업은행 관리에서 벗어나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 한화에 매각되면서다. 매각대금은 2조원 전후. 2008년 한화가 인수하려고 했을 때 기업가치 6조3002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 지분 55.7%를 가지고 있다.
대우그룹 산하 계열사인 대우중공업이 모태다. 대우그룹 분식회계로 대우중공업도 1999년 워크아웃(채무조정)에 들어갔다. 2000년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공업, 대우종합기계, 대우중공업으로 쪼개졌고, 대우조선공업은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이듬해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바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에서 대거 양산된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맡게 된 산은이 대주주가 됐다.
기업이 정상화되자,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일찌감치 나왔다. 지난 2003년 정건용 당시 산은 총재가 “시급하게 주인을 찾아줄 필요가 있는 대우증권 매각을 서두르는 한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통해 경영이 정상화된 대우조선해양과 범양상선 지분도 연내 매각하라”로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대우조선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겠다”고 발언할 정도로 가시화됐었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2000년대 중반 중국발(發) 호경기에 조선업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쑥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매각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벌어진 인수전은 치열했다. 한화그룹, GS그룹, 포스코그룹, 두산그룹 등이 참여했다. 당초 4~5조원 수준으로 점쳐졌던 인수가는 점차 올라갔다.
최종 인수대상자는 한화가 선정됐다. 한화는 6조3002억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매입하기로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한화는 인수대금을 분할 납부하겠다고 했으나,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인수는 무산됐다. 이후 한화는 인수·합병(M&A)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했던 3150억원을 반환해달라고 산업은행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대 들어 해양 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손실로 조(兆) 단위 적자를 내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조선업 업황도 얼어붙기 시작하며 M&A 시장에도 한파가 들이닥쳤다. 대우조선해양은 결국 임원을 30%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분식회계 사건까지 터졌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일부 경영진이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혐의로 경영진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대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자본구조가 악화하자 결국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섰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2017년 3월 2조9000억원 등 약 7조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산업은행은 2018년 다시 한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했다. 국내 조선업의 구조를 본질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체제’인 ‘빅2 체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결국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투입하는 금액은 2조5000억원가량으로 첫 매각 추진 때보다 약 4조원가량 떨어졌다. 회사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조선업황마저 악화된 탓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승인으로 무산됐다.
돌고 돌아 산업은행은 2008년 당시 인수 대상자였던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매각 가격을 더 받는 것보다 빠른 매각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화그룹이 방산 분야 등과의 시너지를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에 다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가는 2조원대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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