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전 총리 딸이 지지율 1위'..정권교체 열망에 태국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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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8년째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태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등 태국인들의 높은 정권 교체 열망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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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상원 장악하는 정치 구조 야권에 불리
군부, 부동층 보고 새 후보 카드 만지작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8년째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태국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등 태국인들의 높은 정권 교체 열망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더라도 군부가 상원의원을 모두 임명할 수 있는 데다가, 태국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현재 직무 정지 중인 군부 연립정권 수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도 복귀할 수 있어 정권 교체를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헌재가 쁘라윳 총리의 임기가 종료된 것으로 판단하면 총선은 내년 상반기 실시된다.
쿠데타로 쫓겨난 전 총리 딸, 군부 수장 꺾다
26일 네이션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태국 국가발전행정연구원(NIDA)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총리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패통탄 친나왓 푸어타이(Pheu Thai)당 대표는 21.6%로 1위를 차지했다. 35세의 젊은 정치인인 패통탄 대표는 쿠데타로 실각한 뒤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다.
2위도 야권의 몫이었다. 푸어타이당과 함께 야권을 이끌고 있는 미래선진당(Move Forward)의 피타 림자로엔랏 대표는 10.56%로 패통탄 대표의 뒤를 이었다. 3위는 현 군부 연립정권의 수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10.12%)였다. 군소후보군 내 연정의 존재감 또한 미미했다. 연정에선 아누틴 찬비라쿨 부총리(2.4%) 정도만 이름을 올렸을 뿐, 나머지 자리는 찻찻 싯티판 방콕주지사(2.16%) 등 야권 성향의 인물들로 대부분 채워졌다.
선호 정당 조사에서도 군부 세력은 후순위로 밀렸다. 1위는 34.4%를 기록한 푸어타이당이었으며, 2위 역시 13.5%의 미래선진당이었다. 연정을 주도하고 있는 팔랑 쁘라차랏(Palang Pracharat)당은 5.5%, 민주당은 7.5%에 그쳤다. 이들 두 군부계열 정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2위 정당에도 못 미치는 처참한 성적표다.
정권교체는 따놓은 당상? 아직 모른다
참혹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군부는 아직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태국의 정치구조가 대중의 열망이 모두 투영되지 않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태국은 지난 2017년 개헌을 통해 국회 상원의원 250명 전원을 군부가 임명하고, 하원 500명만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총리는 총선 이후 상·하원 전체 투표를 통해 최다 득표자가 맡게 된다. 산술적으로 상원 이탈표가 없다는 전제 아래 군부 세력이 하원에서 126석만 차지해도 과반을 확보,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총리에 앉힐 수 있다는 얘기다.
군부는 부동층의 표심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선호 후보와 정당이 없다"는 비율은 24%를 넘어섰다. 군부는 이들 대부분이 군주제를 지지하는 전통적인 보수표로 판단해 쁘라윳 총리 외 새로운 후보를 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군부 내 차기 총리 후보군 선두에는 직무정지 상태인 쁘라윳 총리를 대신해 정권을 운영하고 있는 프라윗 왕수완 부총리가 서 있다. 경쟁자는 아피랏 콤송퐁 전 육군참모총장이다. 아피랏 전 총장은 현지 민주화 시위대를 "군주제를 전복하려는 안보 위협 세력"이라고 주장, 보수 세력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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