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인끼리 총 겨눌라..러시아, 점령지서 '강제 징집' 진행

[헤르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가 '위장' 주민투표를 시행해 이 지역을 '헤르손 인민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며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2.04.2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내 예비군 동원령을 발표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남성들을 대상으로 강제 징집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부의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에서는 18~35세 남성들의 이동이 금지됐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입대 통지를 받았다.

러시아군에 강제 징집되면 같은 우크라이나인끼리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점령지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징집을 피해 지하실로 숨거나 이동 금지령을 어기고 다른 지역으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고, 일부는 스스로 팔을 부러뜨려 징집을 피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려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멜리토폴의 전 시장 이반 페도로프는 러시아군이 거리에서 남성들을 끌고 갈 것이라면서 징집을 피하려면 "일단 크름반도(크림반도)로 간 다음 유럽이나 조지아로 피신한 뒤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크름반도=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령 크름반도 메이스코예 마을 인근 러시아군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오전 6시 탄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전선과 철로, 주택이 파손됐다고 밝히면서 '비밀 파괴 공작'이라고 비난했다. 2022.08.17.

러시아는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에서도 강제 징집을 실시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이 지역 소수민족인 크름 타타르족이 징집 대상이다. 알림 알리에프 인권단체 크림SOS 설립자에 따르면 크름반도 러시아군 징집 영장을 받은 이들의 80%가 타타르족이다. 그는 "이는 크름 타타르족에 대한 인종청소를 초래하는 전쟁범죄"라면서 "사람들에게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 가거나 영장을 받지 말고, 군사 위원회에도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밀라 타셰바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상임대표는 크름반도 군당국이 가정과 직장 방문을 통해 크름 타타르족 1500명에게 소집 영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은 군복무를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크름반도 군사당국은 군복무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강제 징집은 러시아군이 전력 약화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감청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앞서 헤르손주에서 러시아군에 징집된 우크라이나인 병사들은 전투를 거부해 러시아 지휘관들로부터 "명령을 거부할 경우 무기 없이 전장에 내보내겠다"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을 자국 영토로 병합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사흘 만에 투표율이 70%를 넘었다고 러시아측은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사실상 공개투표나 다름 없는 투표를 통해 주민들이 병합을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면 오는 30일 주민투표 결과를 승인해 이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할 전망이다.

한편 러시아는 자국 예비군들이 국외로 줄줄이 탈출하자 징집병 대상 연령인 18~27세 남성의 출국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모든 18~27세 러시아인 남성은 징집병으로 1년간 복무해야 하는데, 출국 금지법 시행에 따라 징집 대상 연령인 남성들은 앞으로 출국하려면 정부에서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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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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