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엔·위안화 급락에 아시아 금융위기 재연 우려"
‘킹달러’로 부상한 달러화 초강세에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통화인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무너지며 1997년처럼 아시아 금융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분석했다. 한국 원화는 가장 취약한 아시아 통화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와 위안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한 반면, 일본과 중국 중앙은행은 초저금리를 유지하거나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금리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엔/달러 환율은 24.922%, 중국 역내 기준 위안/달러 환율은 12.151%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집계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킹달러’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외환보유고를 투입하는 아시아 국가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13년 동안 동남아 국가들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고,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서 자본·신용 수출국이다. 때문에 이 두 국가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대량으로 자본을 회수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는 올해 대만 증시에서 약 440억달러, 인도 증시에서 200억달러, 한국 증시에서 137억달러를 빼돌렸다.
또한 최근 들어 엔화, 위안화와 나머지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 점점 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파급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 엔화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통화지수 간 120일 상관계수는 지난주 0.9 이상으로 급등했다. 2015년 이후 최고치다. 상관계수는 -1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일본 미즈호은행 비슈누 바라탄 경제전략본부장은 “위안화와 엔화 약세는 아시아 무역·투자와 관련해 통화가치를 불안정하게 할 위험이 있다. 어떤 면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엔화의 경우 ‘달러당 150엔’과 같은 특정 심리적 저항선이 뚫리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수준의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심리적 저항선 같은 특정한 ‘트리거 포인트’(유발점) 자체보다는 통화가치의 하락 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은행(IB) BNY멜런의 아시아투자전략책임자 아닌다 민트라는 “이제부턴 위안화의 추가적인 평가절하가 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흔들린다고 해서 반드시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은 외환보유고를 크게 늘려 왔다.
그럼에도 호주 맥쿼리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짱 투이 레는 “가장 취약한 통화는 한국 원,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와 같이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 있는 통화”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와 엔화가 모두 하락한다면 “달러 매수와 신흥 시장 통화에 대한 헤지(방어)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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