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통화스와프 관련 미 연준과 정보 교환"..이론적으론 필요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과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얘기하듯이 ‘정보 교환’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긴밀하게 상황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도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총재는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진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보 교환이 있다고 답하면서 “연준의 통화스와프에는 내부 기준이 있다. 글로벌 달러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있을 때 그걸(스와프) 논의하게 돼 있다. 지난 두 차례 (한미 간) 통화 스와프 당시에도 우리나라와만 체결한 것이 아니고,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 9개 나라와 동시에 체결했다. 연준이 (달러 유동성 등 조건이 맞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적으로 양국 간 통화스와프 관련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기 보다는, 연준이 달러 유동성 상황을 살펴보고 현황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국민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스와프를 받으면 좋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연준의 (통화스와프) 전제조건이 맞을 때, (조건이) 그 근처일 때 얘기하는 것이 맞지, 조건이 맞지 않는데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자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25일 “한미 통화스와프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통화스와프가) 신용위험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필요하지만, 원화의 가치 절하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영국도 미국과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인데도 (파운드화가 달러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이 절하됐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한국의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원·달러 환율이 과거 위환위기, 금융위기 등과는 다르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에서 쏠림이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과도하게 괴리되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밝혔다.
그는 “연준의 올해 말 최종금리를 우리(한은)는 4%로 예상했지만, 지금 4.4% 이상으로 올라갔고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도 4.6%로 높아졌다”며 “연준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변했기 때문에, 국내 물가와 성장,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금융통화위원들과 면밀히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을 비롯 아시아 주요국이 자국의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쏟아붓고 있는데, 엔화·위안화 약세는 이같은 노력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자본유출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펀드들이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자금을 회수해 대량 자본 이탈로 이어질 경우 진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본 미즈호은행 관계자는 “위안화와 엔화 약세는 아시아 무역·투자와 관련해 통화가치를 불안정하게 할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어떤 면에서 세계적인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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