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향한 첫삽" 국가에 유린된 '선감학원 희생자들'..유해 시굴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2. 9. 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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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6일 안산 선감학원 부지 일대서 착수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 중 최초 시굴
10월 진실규명 발표 앞두고 실지조사
조사 성과에 따라 전면적 시굴 확대도
일제 건립 후 80년대까지 아동 강제수용
"40년 만의 유해 찾기, 진실에 한 걸음 더"
'소년판 삼청교육대' 라 불려 온 '선감학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해 발굴이 시작된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감동 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들이 시굴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집단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유해 현장 시굴 조사에 나섰다.

26일 진실화해위는 지난 1946~1982년까지 아동수용시설인 경기도 안산 선감학원(선감동 산 37-1)에서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 유린당한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5일간 일정으로 시굴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황진환 기자


시굴 조사는 유해 매장 가능성이 높은 동쪽 모서리 부분을 중심으로 고고학적 조사 방법에 따라 진행된다. 시굴 면적은 900㎡로, 유해와 유품 등이 발견되면 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성별, 나이,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암매장된 선감학원 사건 유해가 확인될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유해 발굴을 권고해 전면적인 시굴에 나서게 하겠다는 게 진실화해위의 구상이다. 위원회의 시굴 기간이 닷새간으로 예정돼 있지만, 조사 성과에 따라 이 기간도 다소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소년판 삼청교육대' 라 불려 온 '선감학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해 발굴이 시작된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감동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에서 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왼쪽)이 선감학원 피해자들과 대화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


시굴 작업은 선감학원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개토제를 거행한 뒤 진행됐다. 개토제는 유해 시굴 취지 설명과 추도사, 헌배와 배례, 시굴 순으로 이뤄졌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과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유명 역사소설가인 김훈 작가 등이 추도사를 전했다.

이번 시굴은 다음 달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를 앞두고 이뤄지는 실지조사이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경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 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용역을 실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용역 결과 선감학원 사건은 매장 추정지 특정 여부와 발굴작업 용이성 등을 기준으로 유해 발굴 가능지로 선정됐다.

'소년판 삼청교육대' 라 불려 온 '선감학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해 발굴이 시작된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감동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에서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확한 희생 규모를 파악하려는 게 핵심 취지다. 그동안은 선감학원 원아대장에 기록된 사망자와 조사된 사망자 수가 달라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시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 경기도의 유해 발굴 사전조사 용역에서는 선감학원이 위치해 있던 일대에 150구 정도의 유해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에는 선감동 일대에서 나무뿌리와 엉킨 아동 유골과 어린아이 고무신 한 켤레가 발굴되기도 했다.

'소년판 삼청교육대' 라 불려 온 '선감학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해 발굴이 시작된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감동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에서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27일부터 선감학원 피해 신청인 190명을 조사해 원생들이 구타와 영양실조로 숨지거나 섬 탈출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사망했고, 선감동 산 37-1 등 6곳에 암매장됐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가 올해 7월 5일 희생자 묘역의 유해 발굴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진실화해위와 도에 제출했다.

황진환 기자


선감학원은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국가폭력, 강제노역 등으로 인권을 유린한 수용시설로, 일제강점기인 1942년 태평양 전쟁의 전사를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뒤 광복 후 1982년까지 경기도에서 운영했다. 진실화해위에서 구체적인 피해 원인과 규모 등을 조사 중이다. 경기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폐원될 때까지 수용됐던 4691명의 원아들 가운데 13세 이하가 85.3%, 10세 이하는 44.9%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부경대 산학협력단 용역에서 전국 381곳 중 유해 발굴 가능지로 선정된 지역은 선감학원을 포함해 모두 37곳이다. 이들 매장 추정지에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유해는 1800구 이상이다.

대부분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으로,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강원권 5곳, 충청권 15곳, 경상권 6곳, 전라권 10곳 등이다. 유해 발굴 가능지로 분류된 인권침해 사건은 선감학원 사건이 유일하다.

지난 1기 진실화해위에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등 전국 10곳에서 13차례에 걸쳐 1617구의 유해를 발굴한 바 있다.

'소년판 삼청교육대' 라 불려 온 '선감학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유해 발굴이 시작된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감동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에서 피해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선감학원 폐쇄 40년 만에 유해 매장 추정지 시굴로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며 "조만간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다 완전한 유해 발굴과 추모사업 추진 등 후속 조치를 관계 당국에 권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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