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지는 美 '대만 전략적 모호성', 미중 정상회담에 영향 미칠까

김정률 기자 2022. 9.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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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 이후 네 차례나 대만 군사개입 발언..전략적 모호성→명확해져
美·中, 목표 다르지만 대화 필요성 공감..정상회담 큰 영향 없을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전략적 모호성" 미·중 수교 이후 미국의 대만 전략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중국의 대만 침공시 개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 전략에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미국의 대만 정책이 변화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다만 양국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첫 미·중 대면 정상회담이 깨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때, 이후 같은해 10월 CNN과 인터뷰, 이후 올해 5월 일본 방문 때 그리고 최근 미국 CBS와 인터뷰를 통해서 대만 군사개입 시사 발언을 했다.

이때마다 미국 국방부는 황급히 '실수'라며 미국의 대만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네 차례쯤 되니 이마저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쿤 주 버크널대 교수는 SCMP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이 분명하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국이 최근 몇 년간 대만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의회와 백악관이 모두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천팡위 대만 둥우대 교수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점점 명확해지고 모호했던 것은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에 이것은 '레드라인'이라는 신호를 방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주장이 네 차례나 반복됐다는 점과 네 번째 주장이 녹화방송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발언은 즉석해서 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잘짜인 것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3일 미국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표명했지만 최근 행동은 그것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독립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에 있는 중국·미국 연구소 소우랍 굽타 선임연구원은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전략적 명확성에 자리를 내어준다면 중국이 전례없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 대만의 불안정한 지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바뀔수도 있다고 했다.

굽타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사태와도 관련이 있다며 평화와 안보가 갈가리 찢긴 해에 바이든은 유엔 세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교란이 미국을 불러들일 것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팡중잉 중국 쓰촨대 교수는 미국 상원외교위원회에서 대만 정책법이 통과한 데 이어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군사개입 발언은 양국 관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했다.

제시카 첸 와이스 미국 코넬대 교수는 대만에 방어 수단을 제공하지 않은 채 대만을 지지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더 큰 부조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무조건적인 대만 지지 발언으로 중국에 대한 억지력보다 (통일에 대한) 절박감을 조장하고, 독립을 원하는 일부 대만인들의 행동을 더 대담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관측통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양안 긴장 완화에 대한 희망은 희미해졌지만 11월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이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팡 교수는 두 정상이 예정대로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한 양국 정상회담을 기피할 이유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조치 가능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미국은 러시아의 벼랑 끝 전술을 억제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동맹들과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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