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만 전문가 "대만 유사시 미군 개입은 이제 사실상 미국의 정책"
“주한미군 개입 여부는 고위급에서 논의 해야”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면 미국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적어도 강력한 대중국 제재에 동참하기를 요청할 것이다.”
미국 외교협회(CFR) 소속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 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경향신문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을 활용할지는 “양국 고위급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근 대만 유사시 군사적 개입 발언에 대해선 “대만 유사시 미군이 방어하는 것은 이제는 사실상의 미국 정책”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은 중국을 억제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대만 및 미·중관계 전문가로 미국대만협회(AIT)에서도 근무한 색스 연구원은 2020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미국의 대만 지지는 모호하지 않아야 한다’는 글을 기고하는 등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이 방어할 것”이라고 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의도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그의 신념이자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할 일을 밝힌 것이다. 이번이 네 번째 발언이고, 미군 병력 투입 등 가장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대만 유사시 미군이 방어에 나서는 것은 이제는 사실상(de facto)의 미국 정책이 됐다. 민주·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이든, 미래 대통령이든 누구도 이런 입장에서 후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더욱 대담해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억제하는 데 충분치 않고,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더욱더 그렇다.”
-실제로 대만에서 미·중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나.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너무 나간 얘기다. 다만 미국은 충돌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수사(레토릭) 변화, 미 함대의 대만해협 통과 등이 그 일환이다.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은 시 주석에게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잠재적 이익을 크게 넘어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 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현재는 대만에 대한 전면전을 감행할 역량이 없지만 2020년대 말까지 이를 획득할 것이고,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독자적으로 또 동맹과 우방들과 함께 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대만 유사시 역내와 세계에 미칠 영향은.
“글로벌 공급망 내 대만의 위상 특히 대만이 제조하는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능가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명백히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호주 등까지 끌어들이는 대규모 분쟁이 될 것이다. 특히 대만 문제를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는 일본은 지리적 요인 등으로 전장에 속할 것이다. 미국은 분쟁 예방을 위해 일본과 충분히 공조하고, 유사시 일본의 역할에 대해 상호 공감대를 구축해야 한다. 대만 방어를 위해 주일미군을 활용하는 것이 미국엔 핵심적 사항이자 필요조건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주한미군 또 한국 정부에는 무엇을 기대할까.
“미국이 동맹과 우방국에 최소한으로 요청할 사항은 대러 제재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한 수준의 대중국 제재 동참이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는 물론, 인도, 싱가포르 등이 중국을 처벌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패키지에 동참하는 것을 기대할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활용할 지 여부는 한국 정부에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아직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양국 고위급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상원 외교위를 통과한 대만정책법안(TPA)에 대한 평가는.
“대만정책법안은 1979년 대만관계법을 시작으로 대만에 초당적 지지를 보내온 의회 차원의 노력이 가장 최근에 드러난 사례다. 법안 초안에는 대만의 주권 행사 허용 등 미국이 표방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만한 요소들이 있었는데, 통과된 법안에 관련 조항이 빠진 것은 잘된 일이다. 대만 국방 원조 관련 조항은 미국이 더 해야 할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대만군과의 양자 훈련 확대 등 미국의 방어 역량 제공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중국 제재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도 긍정적이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한 이후에야 제재 논의를 하다가는 너무 늦어버린다. 중간선거 등 의회 일정상 법안 연내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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