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정책 법제화→핵항모 전개→핵투발 수단 발사..심화되는 '강 대 강'
'신냉전' 구도 속 한미도 '원칙 있는 강경 대응'..긴장은 심화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핵'을 중심에 둔 남북미의 '강 대 강'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제각기 억제력 과시를 위한 '강경 대응'을 주고받으며 26일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의 긴장 국면은 올해 초 북한의 공세적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 1월5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로 올해 첫 미사일 무력도발을 했고, 201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쏘는 등 차츰 도발 수위를 높여 갔다.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 중 김정은 당 총비서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 그간 북한 스스로 유예했던 '모라토리엄(2018년 선언한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 뒤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핵 투발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하며 모라토리엄을 공식 파기했다.
동시에 2018년 5월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복구하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가시화됐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는 완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총비서는 핵개발 재개를 가속화하던 지난 6월 전원회의에서 대미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천명했다. 대남사업으로는 '대적 투쟁'이라는 기조를 세우며 대남·대외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지난 8일에 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아예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핵개발을 '헌법적 사업'으로 명시하고 각종 핵무기 사용 조건을 법으로 명시했다.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북핵 개발 역사에서 또 한번의 분기점이 되는 중대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강 대 강 구도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발(發) 위협이 증가하던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강경한 대응 기조를 선보였다.
북한에 대화로 나올 것을 요구하면서도 그동안 축소 진행됐던 한미연합 군사 훈련을 정상화하고, 한미 간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다.
미국 또한 5년 만의 한반도 핵 항모 전개로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23일 미국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CVN-76)이 부산에 입항했고, 한미 해군은 이날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한미의 강경 태세에 북한은 전날(25일) 110여일 만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응수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하루 앞두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쐈고, 평안북도 태천에서 600㎞의 사거리를 기록한 이 미사일을 두고 전문가들은 부산에 입항한 로널드 레이건호를 겨냥한 시험발사로 해석했다.
자신들에 대한 위협이 닥쳤을 때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시한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 후 위기시 이를 실제 '이행'할 강한 의지가 있음을 과시함과 함께 미국이 강경하게 나오자 다시 '핵 투발 수단'으로 위력시위를 했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북한과의 대화엔 열려 있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미국 또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하고, 물밑 접촉도 시도해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남북미의 '강경 행보'는 더 길어지리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북중러 밀착으로 선명해진 '신냉전' 구도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는다.
김 총비서는 근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례 없이 잦은 친서 교환을 하며 전통 우방관계를 공고히 다져 왔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 밀착도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기본적으로는 미국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화 거부와 긴장을 고조하는 강경한 군사행보는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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