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덕분에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다[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좋은 상상]

최은정(LH행복꿈터 춘천YMCA 장학지역아동센터) 2022. 9. 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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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의 ‘꼬마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친구들이 말해 줬는데 여긴 거지들만 다니는 곳이에요?”

헉!

순간 화가 나 차근히 상황을 물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대신 0.1초 만에 “누가? 누가 그랬어? 그애 어딨어?”라며 내 꼬마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던 그 아이를 혼내 줘야겠다는 행동을 취했다.

‘거지라니…. 아동센터라는 곳이 그렇게 보인단 말이야. 내 꼬마 친구의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고, 그의 부모가 그렇게 알려줬나?’ 하는 갖가지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

사회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던 그때의 첫 느낌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꾸불꾸불 골목을 지나 파란색 4층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개의 문을 지나 안쪽 끝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공간.

그 공부방 같은 작은 곳에서 오늘도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좁은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이러쿵저러쿵하고.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누구누구 언제 와요?” 하며 시끌시끌 정겨운 모습으로 지낸다. 거기에다 뒷동산과 학교 운동장, 동네 놀이터 등에서 특유의 적응력을 보이며 센터는 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으로 가득 찬다.

나는 아직 어려움을 겪지 않은 내 꼬마 친구들에게 여기 이곳에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괜찮은 사람임을 어렸을 때부터 느끼게 해주고 싶다. 때때로 무심코 물은 안부가, 또는 ‘괜찮아~’라는 눈빛이 주는 힘이 얼마나 강한 파동을 일으키며 되돌아오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단한 마음으로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그런 힘을 불어넣어 주는 일, 꾸준히 힘을 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는 꼭 필요한 곳이라고 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감이자 자부심이다.

이제는 앞에 서서 우선순위의 아동이 아닌 모든 아동의 성장을 차별 없이 지키자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려 한다. 지역아동센터는 모든 아동이 따뜻함을 전달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 선배 간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푸른 숲에 자라는 나무와 귀빈실에 있는 화초의 역할과 능력은 다르지만 그 쓰임은 같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능력이 있고, 그것을 해 내는 방법 또한 다르다. 따라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서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이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나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아이들의 성장처럼 빠른 속도의 결과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다만 그들에게 ‘네 덕분에 내가 살고, 네 덕분에 누군가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그 힘으로 우리가 함께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나도 그곳에 함께하고자 한다.

최은정(LH행복꿈터 춘천YMCA 장학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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