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유착'이냐 '언론겁박'이냐..국민의힘·민주, 尹 비속어 논란에 정면 충돌

김동환 2022. 9. 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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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민주당과 MBC의 조작·선동 전모 밝혀지고 있다" 주장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보이지 않는 손이 기획, 박홍근 원내대표가 선동" 주장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 "한미동맹 훼손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건 대통령의 발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 중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이 여야의 ‘정언유착’ 공방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26일 윤 대통령 발언 논란이 더불어민주당과 MBC의 소위 공동선동이라면서 정언유착에서 한 발 나아가 ‘정언공범’이라며 강하게 날을 세웠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짓 해명으로 현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고 맞섰다.

최근 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빈손외교’와 ‘비굴외교’에 ‘막말사고 외교’라는 표현을 더해 윤 대통령을 비판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발언이 해당 사안을 처음 다룬 MBC 보도보다 30여분 먼저 나왔다며, 이번 일을 민주당과 MBC의 합작품으로 국민의힘은 규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과 MBC의 조작·선동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지난 22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뉴욕발언을 공개 비난한 시점은 오전 9시33분이며, MBC의 관련 보도 시점보다 34분이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MBC의 보도내용을 미리 압수한 것인가”라며 “오죽했으면 MBC 내부의 제3노조까지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했겠느냐”고 물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 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말했고, 이는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비민주노총 계열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이튿날인 23일 “회사 안팎에서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노린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비속어 논란 보도를 비판했다. 수차례 반복해 들어도 잘 들리지 않는 사적 대화에 자막을 씌워서, 자막대로 들리는 것처럼 느낌을 줬다는 취지다. 영상 취재 풀기자단 영상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타사 기자들은 단신이나 동영상을 제작하지 않던 상황에서 오독한 자막 내용의 비속어 발언 정보가 박 원내대표에게 어떻게 먼저 들어갈 수 있었냐고도 지적했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 회의 발언 직전인 22일 오전 9시20분을 전후해 SNS와 온라인에서 윤 대통령 발언 내용뿐 아니라 해당 영상이 돌면서 발언 진위를 충분히 확인 가능했다는 입장을 내세웠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변명이 사실이라면 첫째는 MBC가 동영상을 먼저 SNS에 돌리고 이를 공식보도 했거나, 팩트체크 없이 SNS 영상을 출처로 MBC가 보도했을 가능성 둘 중 하나”라며 “전자가 자기복제라면 후자는 저널리즘 포기다”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조작과 선동의 티키타카에서 패스를 몇 번 주고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민주당과 MBC가 팀플레이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권 원내대표는 “MBC는 대통령 발언에 악의적인 자막을 입혀 사실을 왜곡·조작했고, 민주당은 이를 정치적으로 유통하면서 대여투쟁의 흉기로 쓰고 있다”며“이 과정에서 언론과 정당이 국민을 속였다”는 말과 함께 이번 논란을 ‘대국민 보이스 피싱’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MBC가 미끼를 만들고 민주당이 낚시를 했다”며 “정언유착이라는 말도 아깝다, ‘정언공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정언유착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며 “‘영상을 온라인에서 봤다’는 박 원내대표 해명은 오히려 정언유착을 뒷받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박 수석대변인은 “보이지 않는 손이 지라시로 ‘기획’, 박 원내대표가 기다렸다는 듯 ‘선동’했다”면서 “이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든 기획-선동-유포로 이어지는 ‘제2의 광우병 사태’ 실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제2의 광우병 획책을 한 보이지 않는 손이 무엇인지 반드시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수원시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행태가 ‘언론 겁박’이라며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문답 관련,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대통령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미동맹을 훼손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건 대통령의 발언이었다”고 받아쳤다.

안 수석대변인은 “욕설 발언이 동맹에 미칠 파장은 아시면서 거짓 해명이 국민 신뢰에 미칠 파장은 모르시냐”며 “윤석열 대통령이 거짓말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께 진실을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상이 솔직히 밝혀져야 한다는 윤 대통령 발언이 언론 탄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뒤에는 “국민의힘은 언론사의 사실 보도에 대해 특정 언론사와 야당의 정언유착 사건으로 규정하고 여론을 호도한다”고 맞섰다.

안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행태는 국민과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겁박”이라며, 윤 대통령이 약식문답에서 ‘발언으로 동맹을 훼손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려 송구하다’며 사과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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