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미디어아트 보며 눈 호강 제대로!
어느새 가을이다. 아침저녁에는 제법 선선하다. 천고마비로 표현되는 가을은 책 읽기도 좋지만, 문화예술을 누리기 좋은 계절이다. 문화재청은 9~11월까지 전국 8개 지자체에서 2022년 세계유산 미디어아트를 개최한다. 그중 9월 23일~10월 23일까지 수원 화홍문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만천명월(萬川明月), 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관람했다.
문화재청 보도자료를 보니 미디어아트는 TV, 비디오, 인터넷 등 미디어 매체로 표현하는 예술 분야다. IT 기술 발달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예술 분야다.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광화문 등에서 대형 화면으로 본 적은 많다.
지난 9월 25일, 이른 저녁을 먹고 아내와 수원 화홍문으로 갔다. 요즘 일몰이 저녁 6시 20분경이다. 일몰 후 30분이면 어둠이 깔린다. 매일 저녁 7시 40분부터 10시까지 특수조명을 활용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루 총 6회 상영되는데, 저녁 7시 40분에 시작한 후 약 20분 단위로 계속된다.(10월은 저녁 7시부터 시작)
저녁 7시쯤 넘어 화홍문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다. 아내와 주변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화홍문 주변은 행궁마켓이 열리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과 수공예 작가들의 직거래 문화공간이다. 미디어아트 기간 중 토, 일요일 오후 5시~10시까지 열린다.
화홍문에서 남수문에 이르는 수원천 1.1km 구간은 미디어아트 산책 구간으로 조성했다. 산책 구간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관객들은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를 즐긴다.
그중 수원천에 떠 있는 고래가 인상 깊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김밥집 촬영지도 수원에 있다. 그래서 그런지 천변에 고래가 있다. 사람들은 고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고래가 나올 때마다 기막힌 솔루션을 생각해낸 우영우처럼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길 기원했다.
아이와 함께 나온 어머니가 LED로 만든 꽃 앞에서 사진을 찍어준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포즈를 위한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신난다. 9월 26일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하니 이제 코로나 터널을 조금씩 벗어나는 느낌이다.
굴다리 하면 칙칙하고 어둡다. 이곳에 설치된 조명 터널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셀카로 자신을 찍거나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추억의 한 장면을 남긴다. 나도 아내와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연애하던 시절로 되돌아갔다.
1.1km에 이르는 산책 구간에는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멋진 조형물이 많다. 직접 눈으로 봐야 더 아름답다. 저녁 8시쯤 나는 아내와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해 화홍문으로 향했다. 화홍문 일대는 벌써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임시 관람석으로 가서 기다렸다.
저녁 8시 20분 두 번째 미디어아트가 시작됐다.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수원에서 열린 미디어아트 주제는 ‘만천명월(萬川明月)’이다. 만개의 천(川)을 비추는 군주의 빛이다. 여기서 군주는 조선 제22대 왕 정조다. 화홍문에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방법) 기법으로 환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수원천에 조명이 반영되어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화홍문과 7개의 수문, 수원천 물길, 벽면 등을 활용해 화려한 조명 쇼를 연출한다. 아내는 화홍문 미디어아트를 넋을 잃은 듯이 바라본다. 관객들이 화홍문 미디어아트 작품을 보다 편안하고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수원천 수중에 관람석을 마련했는데, 이곳은 만석이다.
수원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내용은 정조의 개혁 신도시 수원 화성의 스토리를 개혁의 꿈-개혁의 길-신도시 축성-호호부실, 인인화락으로 연결된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주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정조 시대로 가서 보는 느낌이다. 이 멋진 모습을 보기 위해 화홍문 주변이 인산인해다.
미디어아트 화면이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미디어아트 모습을 담는다. 아내도 열심히 촬영한다. 이 가을에 코로나 시름을 달래며 아내와 미디어아트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미디어아트는 해마다 지방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대상을 선정한다. 그냥 화려한 빛을 연출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미디어·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세계유산의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널리 알리고 즐기기 위한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수원 화성’과 백제 역사유적지구의 부여 ‘부소산성’, 공주 ‘공산성’, 익산 ‘미륵사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열리며, 고창 ‘고인돌 유적’, 양산 ‘통도사’, 함양 ‘남계서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고 있다.
전국 8개 지자체에서 9월~11월까지 열리는 미디어아트는 많은 국민이 가까운 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외국인도 많이 관람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세계유산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고 친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디어아트를 통해 만나는 환상적인 영상을 보며 국민들은 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눈 호강 제대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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