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두 개의 전설'..아토스 그리고 밀라디 [공연리뷰]
오랜만에 삼총사(유니버설아트센터·11월 6일까지)를 보며 두 가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아직도 내 입맛에 맞을까”와 “그때 그 맛이 남아 있을까”.
둘 중 하나 만이라도 충족되면 만족이라는 조건을 걸어 두었다.
●따뜻하고 로맨틱한 아토스 : 이건명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삼총사에는 두 개의 전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총알도 막는다는 전설의 검객’ 아토스. 또 다른 전설은 악녀 밀라디다.
삼총사의 공식적인 주인공은 단연 달타냥이겠지만, 사실 나는 아토스와 밀라디라는 캐릭터를 가장 좋아한다.
아토스와 밀라디의 추격장면에 등장하는 그림자씬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멋지다. 처음 보았을 때는 숨이 탁 트일 정도로 신선하고 아름다웠던 장면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해저씬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명과 백주연의 아토스, 밀라디 케미는 속 편하게 다가왔다. ‘편하게 다가왔다’는 의미는 지나치게 극단적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덕분에 두 캐릭터의 굳건한 정형성이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이건명의 아토스에게선 사람의 냄새가 좀 더 났다. 이건명 특유의 온기있는 연기 덕일 것이다.
이건명의 아토스는 이 인물에 관한 한 교과서급의 권위를 지니고 있는 신성우 버전 아토스와 상당히 다르다. 신성우의 아토스는 영웅이자 리더로서의 확고한 카리스마, 그리고 이 카리스마에서 나오는 (꽤 반어적이지만) 유머코드가 돋보인다. 상당히 근육질이면서 마초적인 아토스.
이에 비해 이건명의 아토스는 현실적이다. 17세기 프랑스의 캐릭터지만 21세기에 보아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덕분에 삼총사라는 작품이 좀 더 로맨틱해지고, 드라마의 설득력이 높아졌다.
●11년 만에 돌아온 ‘밀라디의 전설’ : 백주연
아토스에 이은 두 번째 전설은 밀라디.
팜파탈의 전형을 보여주는 밀라디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보통 이런 경우 “밀라디를 완벽하게 입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백주연의 경우라면 “그가 밀라디를 창조하고 완성했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신성우, 유준상, 엄기준, 민영기, 김범래가 삼총사의 아토스, 달타냥, 아라미스, 포르토스의 원형을 만들었다면 밀라디는 단연 백주연으로부터 완성되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그가 만들어 놓은 ‘밀라디’는 이후 다수의 밀라디 배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1년 만에 밀라디를 다시 입은 백주연 역시 조금은 달라졌다.
과거에 보여준 밀라디가 ‘악녀 6 : 비운의 여인 4’의 느낌(종종 이 비율은 7:3까지 치솟았다)이었다면, 이번에는 5:5 심지어 4:6까지 재분배되었다.
백주연이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11년이란 시간이 그의 연기와 해석에 변화를 가져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밀라디는 달라졌고, 캐릭터에 대한 설득의 힘이 세졌다.
밀라디의 명넘버, 아리아이자 백주연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버림받은 나’는 세월을 접어 뛰어넘은 절창이었다. 정확히 2011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경험했던 이 느낌, 이 전율을 11년 만에 객석에 앉은 내 몸이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돌스타인 라키의 달타냥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준비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고, 성량도 연기도 어느 하나 빠지는 곳이 없었다. 선배들에게 위축되지 않은 연기도 자연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하나 더 있다.
리슐리외의 근위대장 쥬샤크다. 끝까지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인물.
쥬샤크는 단연 배우 김상현의 캐릭터다.
김상현의 쥬샤크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다른 뮤지컬 작품들에 비해 확실히 삼총사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중요 인물들의 스토리를 챕터처럼 부각시켜놓은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이 캐릭터들을 한 땀 한 땀 만들고 오래도록 입어 온 배우들의 농숙한 연기가 두 몫 이상 해내기 때문이다.
삼총사는 점점 역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매 시즌마다 이들의 역사는 새로운 ‘전설’을 생산 중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사진제공 | 글로벌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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