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내통?.. MBC "정치권 '정언유착' 주장 터무니없다"

MBC, 입장문 통해 3노조와 정치권 주장 조목조목 반박
"'비속어 발언' 비판 빠져나가려고 언론사 희생양 삼아"
"부당한 공격 날로 심해져.. 굴하지 않고 진실보도할 것"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보도한 MBC를 두고 일부 정치권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MBC가 “터무니없는 의혹”이라며 입장문을 냈다. 앞서 MBC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에서 25일 본사 취재기자들도 확인 중인 사안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먼저 발표했다며 정보의 외부유출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연이어 MBC를 비판하는 데 유감을 표한 것이다.

MBC는 26일 “박홍근 원내대표가 ‘막말’이라며 비판을 한 시각이 지난 22일 오전 9시33분이고, MBC가 유튜브에 최초로 동영상을 올린 시각이 당일 오전 10시7분이므로, MBC가 보도하기 전에 박홍근 대표가 관련 내용을 어떻게 알고 발언했겠냐는 것이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라며 “이들은 MBC 쪽에서 누군가 보도 전에 박홍근 대표 등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기 때문에 박홍근 대표가 알았을 것이고, 이는 ‘정언유착’이란 황당한 의혹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는 먼저 미국 뉴욕에서 촬영된 영상은 MBC 기자가 개인적으로 찍은 영상이 아니라 대통령실 풀(Pool) 기자단의 일원으로 기자가 촬영하고 바로 전체 방송사에 공유된 영상이었다고 밝혔다. MBC는 “풀 기자단 순번 선정에 본사가 개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해당 촬영본은 KBS, SBS 등의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KTV, 아리랑TV 등의 방송사에 거의 같은 시각에 공유됐다”며 “하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풀 기자단의 특성을 모를 리 없음에도 애써 이 사실을 감추고 마치 MBC만 이 영상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는 또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22일 오전 10시7분 훨씬 전부터 SNS 등에 관련 내용과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된 점도 강조했다. MBC는 “본사 기자가 SNS에 돌아다니고 있던 ‘반디캠 캡처 동영상’을 본사에 알린 시각은 22일 오전 9시20분쯤이었다”며 “국민의힘 전 당직자도 박홍근 대표가 발언한 시각과 비슷한 22일 오전 9시41분쯤에 SNS에 관련 내용과 영상을 올렸다. 또 MBC가 보도하기 전인 오전 10시3분쯤에는 트위터에 한 누리꾼이 ‘받’의 형태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MBC는 한편으로 이 영상이 MBC 보도 전,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급속히 퍼졌다고 설명했다. MBC는 “대통령실 기자들이 ‘비속어 발언’ 내용을 확인해 (내부에서) 영상을 공유한 시각이 22일 오전 8시 이전(한국 시각)이었고, 당시 뉴욕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여러 기자가 같이 영상을 돌려보면서 발언 내용을 확인했고 이 자리에는 대통령실 직원까지 관련 내용을 같이 봤다고 한다”며 “이러한 내용은 오전 8시를 전후해 국내 정치부 기자들의 단톡방에도 이른바 ‘받’의 형태로 급속히 퍼진다. 관련 내용이 급속히 퍼지고 기자들이 맥락과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대통령실에선 오전 9시쯤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기자들에게 비보도 요청을 했으나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MBC '좌표 찍기'한 후 연일 부당한 공격…언론 통제이자 언론 탄압"

MBC는 그러면서 “해당 내용과 영상은 22일 오전 9시33분 이전에 이미 다양한 경로로 언론사들 사이에서나 SNS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고 MBC를 ‘좌표 찍기’한 후 연일 부당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는 이른바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 통제이자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MBC에 대한 부당한 공격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발언을 보도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다가 MBC가 보도한 발언 내용이 틀리다는 공격으로 이어졌고, 그 다음에는 대통령의 발언에는 비속어 자체가 없는데 MBC가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는 식으로 언론 탄압의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MBC가 민주당과 내통했다는 ‘정언유착’ 음모론까지 펼치고 있다. MBC는 좌표 찍기를 통한 부당한 언론 탄압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진실 보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MBC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는 날로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일동은 26일 MBC 보도를 두고 “국익을 해치는 매국 허위방송”이라고 칭하며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MBC에 “당장 모든 국민 앞에서 사과방송을 실시할 것”과 “허위방송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성제 사장”이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번 허위 보도에 대해 박성제 사장과 해당 기자, 보도본부장 등 모든 관련자에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고발 조치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통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