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사상 첫 '소행성 방어 실험'..우주선으로 충돌시켜 궤도 바꾸기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소행성의 비행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실험에 도전한다. 실험이 성공하면 우주에서 날아드는 소행성으로 인한 재앙에서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는 데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일 오후 7시14분(한국시간 27일 오전 8시14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인간이 만든 우주선을 충돌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모르포스는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비행 중인 지름 160m짜리 소행성이다. 지름이 780m인, 좀 더 덩치가 큰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뱅글뱅글 도는 위성이기도 하다. 디모르포스에 우주선을 돌진시키는 이번 계획에 NASA는 ‘이중 소행성 경로 변경실험(DART)’이란 이름을 붙였다.
디모르포스 크기의 소행성이 정말 지구와 충돌하면 대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다. 과학계는 지름이 140m 이상인 소행성이 향후 100년 이내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보지만, 관측 기술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놓긴 어렵다. 이번 실험 대상인 디모르포스는 일단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소행성이다.
DART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젠가 지구에 피해를 줄 만한 소행성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이를 방어하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한다면 일단 ‘파괴’하는 방안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하지만 소행성을 부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게 과학계의 견해다. 파편들이 지구 곳곳에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소행성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행성을 툭 건드려 비행 궤도를 조금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구와 충돌할 예정이던 소행성이 지구 옆을 스쳐 우주 저편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지구는 아무 해도 입지 않는다. 소행성의 비행 궤도를 소폭 바꾸는 데에는 큰 에너지도 필요하지 않다.
비행 중인 디모르포스를 건드릴 DART 우주선은 중량 610㎏으로, 전체 덩치는 자동판매기 만하다. 초속 6.1㎞로 날아 지름 160m짜리 디모르포스에 부딪친다. 이때 생긴 운동 에너지가 디모르포스를 밀어내 궤도와 속도를 변경시킬 수 있는지 NASA는 집중 관찰할 예정이다.
디모르포스를 관찰하는 데에는 최근 DART 우주선에서 분리된 초소형 위성 ‘리시아큐브(LICIACube)’가 쓰인다. DART 우주선 주변에서 같이 비행하다가 충돌 3분 뒤, 동체에 장착한 카메라로 디모르포스를 촬영할 계획이다. 디모르포스를 살피는 데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허블 우주망원경도 동원된다.
디모르포스의 궤도와 속도가 얼마나 바뀔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디모르포스가 당구공처럼 단단한 하나의 바위냐, 아니면 수많은 작은 돌들이 느슨하게 뭉친 돌무더기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돌무더기일 때에는 충돌 뒤 파편들이 분출하며 일종의 추진력을 만들고, 이 때문에 궤도와 속도 변화가 단단한 바위일 때보다 더 커질 수 있다.
NASA는 “DART 임무는 소행성에 운동에너지로 인한 충격을 의도적으로 가하는 첫 실험”이라며 “향후 지구에 충돌할 만한 소행성이 발견됐을 때 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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