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원짜리 '슈퍼컴'으로 과학 방역?..담당자 1명

김범주 2022. 9. 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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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과학 방역' 기조에 맞춰 질병관리청도 '슈퍼 컴퓨터'를 도입해 감염병 유행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는데요.

그런데 내년 예산을 보니 슈퍼컴이 아닌 고성능 컴퓨터 도입에 고작 3억 원, 담당 인력도 1명 뿐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범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과학적 방역 기조를 여러 차례 언급해온 윤석열 대통령.

질병청을 방문해서도 '과학 방역'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국민들이 불편 없이 사회활동,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의 주문에 질병청이 내놓은 답은 '슈퍼 컴퓨터 도입'이었습니다.

AI, 인공지능 예측 모형을 활용해 기존 수리 모형보다 더 정밀하게 감염병 유행 양상을 예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슈퍼 컴퓨터는 연산 처리속도가 세계 500위 내인 컴퓨터로, 2020년 기준으론 초당 1,230조 번 연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구매 비용도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데, 지난해 기상청이 도입한 슈퍼 컴퓨터 5호기는 628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질병청은 슈퍼 컴퓨터를 도입한다면서 내년 예산으로 단 3억 원만을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알고 보니, 도입하겠다는 컴퓨터는 AI 분야에만 특화돼 있을 뿐 슈퍼 컴퓨터로 인정받기엔 어려운 고성능 컴퓨터 수준이었던 겁니다.

[김○○/컴퓨터공학과 교수/음성변조 : "세계 500위 제일 끝에 있는 것도 (가격이) 10억 원은 충분히 넘을 거거든요. 완전히 응용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질병청 컴퓨터) 슈퍼컴이라고 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컴퓨터를 유지 관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을 담당 인력도 단 한 명뿐입니다.

기상청의 슈퍼 컴퓨터와 비교하면 처리 속도와 운용인력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강선우/더불어민주당 의원 : "과학방역이라는 타이틀 홍보에 급급해가지고 국민을 대상으로 침소봉대하고, 다시 말씀드리면 일종의 과대광고를 한 그런 꼴입니다."]

질병청은 개발 주체인 KIST가 '슈퍼 컴퓨터'라는 용어를 사용해 따라 썼을 뿐이라며 성능을 부풀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김석훈

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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