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안보 수장, 러 핵무기 사용시 '강력 대응' 경고(종합2보)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오진송 기자 = 미 외교·안보 수장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일제히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에게서 나오는 무책임한 수많은 언사에 대해 익히 들어왔다"며 "그러나 우리 모두는 특히 이런 종류의 부정확한 수사(rhetoric)에 관한 한 책임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적으로 러시아를 향해 핵 무기에 대한 부정확한 얘기를 중단하라는 점을 우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이러한 핵 전쟁 위협에 대해 크렘린궁과 비공식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왔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러시아가 그 (핵전쟁의) 결과가 끔찍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로부터 전해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그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답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핵전쟁 위협에 대해 비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핵전쟁 위협의 결과가 끔찍할 것임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이 점을 아주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CBS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결집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면서 3차 대전 발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전쟁이 확전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푸틴이 자신이 시작한 전쟁에서 벗어날 확실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싸우기를 멈추면 전쟁이 끝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투를 그만두면 우크라이나가 끝장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러시아 정부에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사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에는 지휘계통이 있다"면서 "이는 독재정권의 아킬레스건인데, 일반적으로 권력에 진실을 말할 능력이나 의지를 가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곤경에 빠진 이유는 푸틴에게 그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도 이날 미 CBS 방송에 출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매우 심각히 받아들여야 하는, 다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린 직접적으로, 비공개로 러시아 측과 고위급에서 소통해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는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고 미국과 동맹들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며 "그것이 무엇을 수반할지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란 원칙과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란 점을 공개적으로도 분명히 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해 당국 간 비공식 채널로 고위급 대화를 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언급 같은 수사적인 보복 위협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선을 넘으면 러시아에 치명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미국의 대응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미국이 지난 몇 달간은 물론이고 최근 며칠 동안에도 러시아 고위급과 접촉해왔다고 공개했지만, 접촉 내용과 시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그는 "우린 그러한 채널이 뭔지에 대해 정확히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의 어두운 길로 간다면 그들에게 재앙이 되리라는 것과 같은 확실한 메시지를 전할 러시아 측과의 채널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동원령을 내리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설리번 보좌관은 ABC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의 동원령과 가짜 국민투표 진행 등은 "힘이나 자신감의 징후가 아닌 그 반대"라며 "이는 러시아와 푸틴이 매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징후가 러시아군 붕괴의 시작인지를 묻자 "예측하긴 너무 이르다"면서도 "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러시아가 어렵다는 징후다. 러시아 군인들은 싸우길 원치 않을 정도로 사기가 낮다. 그들이 푸틴의 정복 전쟁의 부분이길 원치 않는데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러시아에서는 예비군 동원령 반대 시위가 확산하면서 700여 명이 구금됐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그렇다고 그것이 위험이 끝났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며 "푸틴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민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있고, 우크라이나가 존재할 권리가 있다고 믿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계속 도발할 것이고, 미국은 무기와 정보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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