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속어 논란' 정면 돌파..野 "사과없이 언론사부터 협박"
尹 "동맹훼손, 국민들 위험에 빠뜨려"
與 "MBC 최초보도 왜곡..조치 취할것"
野 "尹대통령, 대국민 사과부터 나서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뉴욕 방문 도중 불거진 이른바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해당 논란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MBC의 최초 보도가 왜곡됐다며 윤 대통령 엄호 목소리를 한층 높이고 나섰으며, 야당은 “본인이 저지른 실수를 언론사와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논란이라기보다, 전 세계 한 2~3개 초강대국을 제외하고 자국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자국의 능력만으로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는 동맹이 필수적”이라며 “그 부분(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을 먼저 얘기하고 싶고,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논란을 부인함과 동시에 보도 경위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해당 논란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입장은 논란 초기 비속어 사용 자체를 인정한 김은혜 홍보수석의 뉴욕 현지 브리핑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다가 행사장을 빠져나오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파문이 커지자 김은혜 수석은 발언 15시간만에 브리핑을 열고 해당 발언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으로,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것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XX’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엄호 수위를 끌어올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MBC에 대해서는 항의 방문과 경위 해명 요구 등 우리 당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사과 대신 협박’을 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우상호 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 인터뷰에서 “미국과 외교적으로 더 큰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욕설을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그러면 사과부터 하셔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보도한 언론사부터 협박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대통령답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비속어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대립각이 한층 더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윤 대통령 앞에는 고환율과 고물가에 따른 민생경제 어려움 극복, 지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방한 등 현안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여기에 여전히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인선 등 인사 문제도 남아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주요 법안 처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협조를 얻기 한층 어려워진 셈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이후 여야 지도부 회동 추진을 예고했지만, 현재로서는 성사 여부를 장담키 어렵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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