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타자가 되고 싶다고? 그럼 이것부터![최익성의 정면돌파]

배우근 2022. 9. 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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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한 당시의 박병호가 히어로즈 훈련에 참여해 티배팅을 치고 있다.2016.01.16. 서프라이즈(애리조나)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페이스북에 2016년 내용이 뜬다. 당시 타격폼으로 고생하는 김태완(한화)에 대한 격려 글이었다. 그런 문제로 고통받는 선수가 있다는게 안타까웠다. 오래전 나의 프로생활을 보는 듯 했다. 나는 KBO리그에서 13년간 7개 구단을 다니며, 늘 타격폼 수정을 놓고 다퉜다. 나의 트레이드의 모든 중심에 코치와의 불화, 타격폼 수정이 있었다.

그런데 김태완도 마찬가지겠지만, 한해 20개 이상 홈런을 때려낸 선수에게 “그런 폼으로 1군에서 칠 수 없다”는 지도자의 말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피나는 노력끝에 폼을 만들어낸 선수에 대한 모독이다. 타격은 선수 생존의 문제고 온전히 본인의 탓이다. 그러기에 타격폼 수정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그나마 최근엔 많은 지도자들이 선수와 적극 소통한다. 후배 선수들을 보며 ‘참 좋은 시대에 좋은 지도자를 만나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난 15일 칼럼 ‘야구는 강대강, 천편일률 야구로 답없다!’에 이어 ‘강한 타자 되는 법 2편’이다. 강한 타구를 때려내는 강한 타자가 되고 싶은 후배들을 위한 글이다. 타격 폼과 훈련에 대한 내용이라, 앞서 페이스북의 이야기를 먼저 풀어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강타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좋은 폼이 우선일까. 아니면 잘 치는게 중요할까. 그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의미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지도자들은 폼이 예쁜 선수를 선호한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힘을 모으는 과정이 부드럽고 부상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대표팀 1번타자 이병규가 결승리그 첫 경기 중국전에서 매서운 타격을 뽐내고 있다.4타수 4안타의 맹타. 1999.9.15. 스포츠서울DB
그럼 양준혁, 이병규를 떠올려 보자. 그들의 폼이 예쁜가? 아니다. 일반적 타격폼과 궤를 달리한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폼으로 타격 달인이 됐다. 이처럼 기초적 폼은 코치에게 배우지만, 스스로의 것을 못 만들면 강한 타자가 못 된다. 따라만 해선 안된다. 남이 하는 건 어드바이스다. 이승엽 폼을 따라한다고 이승엽처럼 치지 못한다. 자기만의 폼이 중요한 이유다.

무턱대로 따라가하기 보다, 프로선수, 또는 프로선수가 되려면 자기 개성이 필수다. 주입식이 아닌 개인의 주관이 중요하다. 원래 프로는 고집스런 존재다. 선수를 둘러싼 현실은 어렵지만 그것 또한 극복할 대상이다.

양준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시타 전에 자신의 타격폼을 보여주고 있다. 2018. 5. 27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코치의 도움은 중요하다. 그러나 코치는 길어도 4년이다. 고교 3년, 대학 4년, 프로에선 1년만에 코치가 물갈이 되기도 한다. 선수 자신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법’ 얘기를 해보자. 야구는 단체종목이다. 감독, 코치가 선수 개개인을 가정교사처럼 세심하게 봐주지 못한다(특급 선수는 예외다). 그래서 혼자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치가 늘 공을 던져줄 수 없다. 누군가 없을 때 할 수 있는 훈련 방식이 필수다.

답은 ‘티베팅’이다. 티에 공을 올려놓고 치는 훈련 말이다. 머신볼도 아니고 라이브볼도 아닌 티베팅이다. 이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겨우 해답이 티베팅? 이유가 있다. 서 있는 공을 못치면 날아오는 공은 더 못친다. 명심할 부분이다.

그리고 티볼은 그냥 치는게 아니다. 티볼의 본질은 공의 길목을 때리는데 있다. 몸쪽, 바깥쪽 등 티볼 위치를 바꿔치며 타구 조절 능력도 키워야한다. 티베팅을 할 때 원하는 코스와 방향을 정해놓고 치면 된다. 10m, 20m를 보내고 50m도 보내고. 점점 강하게 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티 위치를 타자 몸쪽으로 당기면 빠른 배트 스피드가 필요하다. 날아오는 공은 반발력으로 때릴 수 있지만, 서 있는 공을 멀리 보내려면 힘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강한 타구가 나오고 강한 타자가 탄생한다. 그리고 세워놓은 공을 멀리 보내면 실제 타구는 더 멀리 날아간다.

박병호가 티배팅 볼을 정리하고 있다.2016.01.16. 서프라이즈(애리조나)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그럼에도 날아오는 빠른 공을 쳐야한다는 반론이 있기 마련이다. 일정 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나도 경험했듯 그들은 티볼 훈련을 정말 많이 한다. 외부에서 볼 땐 화려하게 훈련할거 같지만 아니다. 티볼 훈련이 시작이고 기본이다. 일단 많이 친다. 자기가 공을 올리고 친 공을 다시 모은다. 짜증나고 재미없지만 그렇게 한다.

머신볼과 같은 기계공은 한계가 있다. 100개 치기 힘들다. 게다가 속도는 빨라도 사람이 던지는 공과 느낌이 질적으로 다르다. 반면 티볼은 500개, 1000개도 친다. 스스로 치면서 느낀다. 공을 세워놓고, 잡아놓고 치는 감각이다. 타자들은 타격감이 좋을때 흔히 “공이 서 있는거 같다”라고 한다. 바로 그 감각이다. 자신의 길목을 찾아가는 감각. 그래서 160㎞짜리 강속구를 상대하려면 티볼부터 제대로 쳐야 한다. 그게 불문율인데 안지킨다.

속도의 문제도 있다. 빠르게 치다보면 제대로 폼을 못잡는다. 가지고 있던 폼도 망가진다. 티배팅으로 차근차근 몸에 폼을 익히는게 우선이다.

결론은, 티배팅이라는 단순한 훈련이 타자에게 보약과 같다. 사탕은 달고 보약은 쓰다. 라이이볼 치고, 발사각도 논하고, 화려한 기술부터 따라하는 건 사탕이다. 그건 이를 썩게 만든다. 쓴 보약을 먹어야 한다.

소림사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무술 알려주지 않는다. 물 기르고 주방에서 허드렛일 부터 한다. 기초를 쌓는 과정이다. 지겹고 하기 싫다. 하지만 멘탈은 지루함을 이겨내며 축적된다.

타격의 가장 기본이 세워놓고 치는 공이다. 강한 타자가 되기 위해 코치 보다 본인 의지가 중요하다. 꼰대같은 소리지만, 요즘 후배들은 혼자하는 부분에서 약해졌다. 코치는 조력자이지만, 결국 강한 선수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티배팅부터 제대로 하자.

저니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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