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확인 尹 발언에 '왜곡자막' 보도한 MBC..외교참사 아닌 민주당과 '정치참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중 미 의회를 겨냥해 비속어를 썼다는 자막을 입힌 영상을 최초 보도한 MBC를 겨냥 "사실 왜곡, 흠집내기식 보도 행태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따름"이라며 항의방문, 보도 경위 해명 요구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MBC의 영상보도 직전부터 '외교참사' 공세를 강화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외교 참사가 아닌 정치 참사"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정진석 비대위원장 대신 주재, 모두발언에서 "MBC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도는 언론의 기본이고 윤리다.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논란되는 부분은 자막 같은 정보 없이 들을 때 단어가 매우 부정확하게 전달돼 전문가들도 어떤 말인지 확정하지 못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내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며 "대통령실이 해당 영상 송고 사실을 파악한 뒤에 각 언론사에 '(윤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을 확인하기 전에 보도하지 말라'고 요청한 상태"에서도 MBC의 보도(지난 22일자 오전)가 강행됐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거듭 "최초 보도처럼 미국을 지칭했다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확인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매우 자의적·자극적인 단어를 입혀 보도했다"며 "한미동맹을 해치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해할 보도를 무책임하게,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없이, 확인 전까지 보도 자제 요청이 있었음에도 왜곡해서 자막을 입혀 보도했다"고 책임을 물었다.
나아가 "MBC는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당시 후보를 겨냥한) 생태탕 보도, 경찰 사칭, 야당 대선후보 부인(김건희 여사) 녹취록 방송 등 정치적 중립성과 취재윤리를 무시한 보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그동안 MBC의 보도에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여러 성과가 있었음에도 MBC의 보도로 많이 훼손되고 묻혔다"고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영국에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추모 예를 갖추고 캐나다와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등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고, "지난 정권이 완전히 무너뜨려서 근 3년간 만나지 못했던 한일 정상이 마주앉은 것은 한일관계 정상화의 첫발을 떼는 큰 진전이 있었다"고, "특히 한미 정상 약식회동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한미 간 중요한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했다"고 순방 성과를 나열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MBC를 감싸며 공세를 이어가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선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회동이 '48초 만남'에 성과가 없다는 지적에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폄훼"라며 "유엔총회에 무려 193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이 정식 양자회담을 한 곳은 영국과 필리핀뿐이며, 약식회동한 국가도 우리나라와 일본, 프랑스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러 차례 자제를 당부했으나 하루를 멀다하고 깎아내리고 비난하기에만 급급하다. 대체 대한민국 국익을 조금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묻고 싶다"며 "대통령 해외 순방 논란은 외교 참사가 아닌 정치 참사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외교 논란들을 재차 소환했다.
주 원내대표는 "진짜 외교 참사는 (강창일 전 대사가) 주일한국대사로 부임하고도 1년 6개월이나 일본 외무성 장관조차 만나지 못한 사례"라며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중) 대한민국 대통령 수행기자단이 중국 측에 폭행당했지만 항의 한 마디 하지 못한 것이 외교 참사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소모적 논쟁이 순방마다 반복되는 건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며, 국익에 대한 자해 행위"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누가 집권하든 대통령 순방기에 비난을 자제하고 응원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당 입장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인정한 대통령실 해명과 다르다'는 질문에 "그런 것까지 다 확인해서 의견 낼 필요는 없다"면서도 "발언 취지, 핵심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왜곡됐을 확률이 높다. 박진 장관이 '우리 국회에 잘 할 수 있도록'(이라고 대답)한 전후 맥락을 비춰보면 (미국 의회를 향해 욕설했다고 보도한) MBC가 신중하지 못하고 의도적이고 악의적일 확률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 의미에) 전문가도 의견이 갈리는데 단정적으로 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한 상황"이라며 "MBC는 보도 기본을 지키지 않았고 (대통령실의 발언 진위)확인 (전 자제) 요청에도 지키지 않았고 무책임하게 보도했다"고 질타했다.
이른바 '정언(政言·정치권과 언론)유착' 의혹을 민주당에 제기한 배경으로는 "(영상 유출 주체가) MBC라고 단정하지 않지만 엠바고 걸린 상황에서 보도 되기 전 민주당 지도부가 알았다는 점은 그 언론이 보도윤리를 어기고 사적으로 내통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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