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제에 美中 관심 쏠린 사이.. 북한은 미사일 쐈다
전문가 "한반도 안정, 미중 공통 이해 요소지만 우선 사안은 아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에 관심이 쏠린 사이 북한의 무력시위가 재개되며 한반도의 긴장감을 다시 높아지는 모양새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인 25일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00여㎞, 정점고도는 60여㎞, 최대속도는 마하5(음속의 5배·초속 1.7㎞) 수준으로 분석됐다. 사거리만 놓고 본다면 태천에서 620㎞ 거리인 부산 인근까지 타격 범위에 들어간다.
부산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지난 23일 입항한 미국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CVN-76)이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을 향한 시위성 미사일 발사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은 지난 6월5일 SRBM 8발 발사 이후 112일 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및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1718호와 1874호 등에 따라 금지돼 있는 사안이지만 북한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를 개의치 않은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통한 안보리 결의 위반 행보는 미중 양국 외교수장이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90분간 대면 회담을 가진 '직후'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를 두고 미중 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이 북한이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사안 논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의 회담 관련 설명 자료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문제가 명시되지 않은 것은 미중 모두 당사자가 아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을 명시한 것과도 차이가 난다.
북한 문제는 미중 사이의 '협력의 공간'이자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한 '견제 카드'로 활용하는 측면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평가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주문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 간의 논의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북한 문제가 미중 양국 모두에게 '우선 사안'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7월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2시간 넘게 통화했지만 양국 정부가 배포한 통화 결과 자료엔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이 한 마디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미중 간 기류는 북한이 제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에 따른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 논의에서 러시아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때문에 미국의 적극적인 중국 설득이라는 외교적 노력이 긴요한 상황이며, 동시에 북한의 추가 무력행보를 막는 중국의 '전략적 메시지' 발신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 정세 긴장은 "미중 양국 모두에 득(得) 보다 실(失)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은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있고 미국도 11월 중간선거가 있다"며 "그런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중 모두에게 좋지 않다. 한반도 안정과 현상유지라는 공통 이해 요소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며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정황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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