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앞세운 이재명의 민주당, 지지도는 왜 떨어질까
막대한 예산 들어가는데 '여론 숙성' 과정은 어디에?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민생'. 8월28일 제1야당 수장이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기 첫 한 달 동안 입에 달고 산 말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수락 연설에서 "어떤 이념이나 가치도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 끝도 민생이다. 국민 우선, 실사구시의 대원칙 아래 확고한 민생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국민의 뜻이라면, 민생에 필요하다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망설임 없이 최대한,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행사해 어떤 민생 성과를 냈을까. 사실 한 달은 성과를 내기엔 짧은 기간이다. 그래도 보통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어떤 민생 행보로 국민의 마음을 훔쳤을까.
결과는 뜻밖이다. 아직 추세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이 대표 선출 이후 '이재명의 민주당' 지지도는 하락하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 이후 민주당 지지도는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 윤석열 정부가 인사 난맥과 각종 정책 혼선을 노출했고, 국민의힘이 계속 자중지란을 보였음에도 반사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민생 제일주의' 노선이 좀 더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정책 방향성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작업을 정치적 메시지 발신과 뒤섞이게 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 민주당이 발신하는 주요 메시지 대부분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와 김건희 특검법 공격 등인데, 메시지 배치가 좀 더 정교하게 짜여야 국민에게 민생 행보가 먹혀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갤럽의 9월13~15일 조사를 보면 9월 3주 차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8%, 민주당 31%였다. 직전 조사인 9월 1주 차 조사(9월 2주 차는 추석 연휴로 조사 미실시)보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2%포인트 오른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3%포인트 하락했다. 지지도 격차는 7%포인트로 오차범위를 넘어섰다. 두 정당의 지지도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한국갤럽 정례조사 기준 7월 1주 차 이후 10주 만이다.
켄벤션 효과 없는 이재명의 민주당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은 포착됐다. 리얼미터의 9월13~16일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46.2%, 국민의힘은 38.3%였다.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 우세지만, 여론조사는 추세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은 지지도가 전주 대비 2.2%포인트 낮아졌지만, 국민의힘은 3.1%포인트 올랐다. 미디어토마토의 9월 3주 차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도는 44.0%로 39.1%의 국민의힘보다 높았지만, 직전 조사에 비하면 민주당 지지도는 2.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2%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에 더 부정적인 측면은 중도층의 지지 감소 흐름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9월 1주 차 35%에서 9월 3주 차 29%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29%로 동일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도는 8월 5주 차 46.7%에서 9월 3주 차 39.4%로 7.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5.1%포인트 올랐다(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무엇이 문제인 걸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가 내세운 '민생 제일주의'라는 기조는 맞지만 그 추진 과정이 전략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장 많이 지적된 점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 대표 선출 후 169명 의원 전원이 민생에 전념한다는 취지에서 '1인 1민생 입법' 추진을 밝혔다. 국민이 정치권에 쏟는 관심의 정도는 한정적이다. 들으면 머릿속에 콕 박히는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다. 민주당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의원 워크숍을 열고 정기국회에서 우선 추진할 입법과제로 22개 법안을 추려냈다.
22개 민생법안은 과연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갔을까.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 과제'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려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22개 법안 중 어떤 법안이 우선 추진되는지도 정리가 안 됐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9월14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다 나름의 절실함이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은 합니다'의 역설
민주당은 9월20일에야 기존 22개 민생법안 중 우선 처리할 과제 7개를 재차 추렸다. 언론은 이때부터 민주당의 민생법안을 입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기조도 "부자감세 줄여 7대 입법" 등으로 확실히 정리하며 '민생 전선'이 어디에 쳐지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 주식 양도세 면세 기준 상향 등을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면서 약자들을 위해 재정을 집중 투하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방침에 대해선 '민영화' 프레임으로 맞섰다.
관건은 '현실 가능성'이다. 민주당이 추린 7대 민생입법은 △쌀값정상화법 △기초연금확대법 △노란봉투법 △출산보육수당 및 아동수당 확대법 △납품단가연동제 △장애인국가책임제 △가계부채3법 등이다. 이 대표는 7대 입법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을까. 이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추진력에 대한 기대와 야당이지만 국회 다수당으로서의 입법 권력이다. 이 지점에서 역설이 발생한다. '이재명은 한다'라는 높은 기대치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국회는 이 대표가 과거 추진력을 보였던 성남시·경기도와는 게임의 룰이 다르다. 야당은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행정집행권이 없다.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어 단독 입법 추진도 말처럼 쉽지 않다. 민주당으로서는 국민 여론의 확실한 지지가 있어야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면서 단독 처리를 강행하거나 여당을 압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여론은 이 대표의 기대처럼 우호적으로 반응할까. 민주당은 7대 민생입법이 왜 지금 꼭 절실한지에 대해 충분히 설득하고 설명하는 숙성 시간과 과정을 가졌을까. 이 대표가 추진하겠다는 기초연금 확대에는 연간 최소 15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출산보육수당, 아동수당 등에도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충분한 설명을 했고, 지금 국민은 이를 확실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을까. 혹은 최소한 이 대표는 '거대한 적'과 싸워 성과를 내려 한다는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다른 변수도 있다. 바로 이해관계의 역설이다. 보통 법안을 반대하는 세력은 수는 적지만 매우 높은 강도로 저항한다. 반면 법안으로 혜택을 보는 이들은 다수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 실제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7대 입법은 농민, 노인, 비정규직 노동자, 학부모, 중소기업, 장애인 등 당력을 집중할 주요 타깃들에게 호소하는 법안 패키지다. 그런데 뒤집어보면 그만큼 전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강고한 반대 세력을 압도할 만큼의 여론을, 우호 세력을 연합해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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