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아베 국장.."기시다는 울트라맨" 풍자 이유는?

박은하 기자 2022. 9. 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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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 아무도 없고
미얀마 군부 초청 논란
국내 인사도 상당수 불참
"국장이 분열 심화시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27일 열린다. 국민의 반대 여론이 높지만 정부가 국장을 강행하면서 ‘분열의 국장’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경시청은 지난 25일부터 장례식이 열리는 도쿄도 무도관과 호텔 주변에 2만명을 투입해 삼엄한 경계에 나섰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6일 국장 참석을 위해 방문한 각국 인사들과 회담하며 조문외교를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는 28일까지 사흘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국장 등 30명이 넘는 인사들과 만날 계획이다. 국장에는 주요 우방국 정상 중에는 쿼드 동맹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하지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피오나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방일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주요 7개국(G7) 정상은 한명도 국장에 참석하지 않게 됐다. 아베 전 총리 총리 재직 기간 중 주요 외교 파트너였던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도 방일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당초 일본 정부가 국장 명분으로 내세웠던 조문외교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 대표가 국장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 안팎에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은 지난 9일 미얀마 군부 대표의 국장 초대를 취소하라는 요청을 일 외무성에 제출했다.

국내 여론도 싸늘하다. 정부 초청장을 받은 상당수 인사들은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6000장 이상의 안내장을 보냈는데도 최종 답변일까지 출석 여부를 답하지 않은 인사만 수백명 이상이었고 각 부처의 담당자들이 한 명씩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소동이 있었다”며 “국장 5일 전인 22일에야 최종 출석 예상 인원이 발표된 이유”라고 보도했다.

시사 풍자로 유명한 일본의 인기 코미디언 에모리 고우스케는 소셜미디어(SNS) 영상에서 “기시다 총리는 울트라맨과 같다”고 비유했다. ‘거리를 지키기 위해’ 괴수와 격렬하게 싸우다 ‘거리를 파괴하는’ TV시리즈 주인공 울트라맨처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국장을 강행해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장 관련법이 ‘민주적이지 않은 제도’라는 이유로 폐지됐는데 법적 근거 없이 각의에서 국장을 결정했고,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그는 당내에서 국장 반대론을 언급조차 못 하게 하는 자민당의 분위기도 민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나가와신문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두고 “폭력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단호하게 지켜나가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하는 기시다 총리와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말하는 반대파 사이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이 ‘마법의 말’이 돼 분열을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도쿄도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지방자치단체인 가나가와현은 국장 관련 논란이 뜨거웠던 지역이다. 가마쿠라시의회가 국장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하야마마치 의회는 국장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가와사키시는 중앙 정부가 지자체에 조기 게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사가미하라시는 국장 불참을 선언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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