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멜라니 등장에 ..유럽 '초긴장'

한재혁 2022. 9.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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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조르자 멜로니, 총리 당선 확실시…EU회의주의·반이민 앞세워
이달 초 헝가리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 규탄도 거부한 사례 있어
겨울철 에너지 대란·코로나 재건 과제 앞두고 향후 행보 주목돼

[로마=AP/뉴시스]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의 형제들'(FdI) 대표가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9.26.

[서울=뉴시스]한재혁 기자 = 이탈리아 극우 정당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 당수의 선거 승리가 확실시 되면서, 유럽 내 극우 세력 득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출구조사 결과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을 중심으로 한 우파 연합이 41%~45% 정도의 득표율을 차지했다.

우파 연합내에선 Fdl은 22~26%를 득표했다.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로 있는 동맹(Lega)은 8.5~22.5%,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당수로 있는 전진이탈리아(FI) 당은 6~8%를 각각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의석수에 대입할 경우 세 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의 Fdl은 지난 2018년 총선에선 4.5%의 득표율만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하느님, 나라, 가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EU 회의주의, 반이민 정책, 성소수자 반대와 낙태권 축소등 강경 우파적 정책을 내걸어 지지율을 상승시켜 왔다.

이 때문에 멜로니의 승리를 두고 유럽 내 극우 정치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라르스 클링빌 독일 사회민주당 의장은 "멜로니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같은 '반민주적'(anti-democratic) 인사와 협력했다"며 EU 국가간 협력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르반은 푸틴, 에르도안 등과 함께 비자유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이달 초 멜로니는 이탈리아 하원에서 열린 헝가리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규탄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투표는 헝가리를 더 이상 완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선거 독재가 혼합된 국가로 분류할지 여부를 묻는 투표였다. Fdl은 헝가리뿐 아니라 폴란드 내 민족주의 극우 정당 법과정의당, 반이민주의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 스페인의 극우 복스당과도 정치적 연대를 맺고 있다.

이 중 스웨덴 민주당은 '신나치주의' 정당이라고 불릴 만큼 극우 성향을 띈 정당이다. 해당 정당은 이민자의 경제적 이익을 제한하거나 이민자가 많은 곳의 경찰권을 강화하는 등의 반이민주의 정책과 성소수자의 정치적 망명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런던=AP/뉴시스]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표부 건물 앞에 브렉시트 반대 시위대가 'EU 미안해'라고 적힌 푯말을 세워 놓은 모습. 영국은 이날 EU를 공식 탈퇴한다. 2020.02.01

극우정당이 선거에서 패한 국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프랑스는 지난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으나 이 역시 근소한 차였다. EU탈퇴·반이민을 주 정책으로 내건 국민연합은 41.5%의 득표율로 나타나 이전 대선 보다 8%가량 증가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프랑스의 정치적 지형이 점점 오른쪽으로 기울어 가는 사례"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멜로니의 당선이 유럽 극우 정당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티아 딜레티 로마 사피엔자 대학 정치학 교수는 "멜로니가 프랑스 극우 지도자인 마린 르펜을 서유럽의 민족주의 모델이 되도록 부추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르펜은 프랑스 대선에서 반이민·반EU등의 정책을 내걸어 '마담 프렉시트(Madame Frexit)'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나디아 우르비타니 뉴욕 컬럼비아 대학 교수 역시 "멜로니는 (자신의 정당이)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을 대표하고자 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과거와 비교할 때 (이탈리아 우파들 내에선) 새로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민권이 제한되는 유럽의 다른 보수 정당들과 접촉하고 있다. 정치 모델과 정책 모두가 그렇다(극우 정당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멜로니는 현재까지는 유럽연합(EU)에 협력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재건을 위한 EU의 지원금 승인과 겨울철을 앞두고 러시아가 촉발시킨 에너지 대란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멜로니는 선거 과정에서 대러 제재로 인해 유럽 경제가 더 힘들어질 것을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라고 CNN 등은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푸틴이나 러시아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파 연합이 친푸틴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파 연합의 타 정당과는 달리 러시아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자신은 푸틴이나 러시와와 관련이 없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이탈리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CNN은 "차기 총리(멜로니)는 에너지 비용이 치솟고 경제 불확실성이 가장 시급한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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