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 伊 유력 첫 여성 총리는 '무솔리니 파시즘' 추종자

최서윤 기자 2022. 9. 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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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연합 46% 득표 예상 '사실상 당선'
국수주의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 45세 조르자 멜로니
내달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석권, 차기 총리 취임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당 대표가 중부 도시 앙코나에서 첫 대중 유세를 가졌다. 2022 .8. 23.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하나님의 나라인 이 나라를 '억압적 권력 체계'로부터 '해방'시키겠습니다."

이탈리아 총선 투표 결과 집권이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의 공약은 인상적이다.

그가 말한 '해방이 필요한 억압적 권력 체계'란, △유럽연합(EU) △세계화 △코로나19 방역 △외국인 이주를 가리킨다.

당선 시 EU의 기조를 한 걸음 퇴보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극우 세력 집권 가능성에 유럽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투표는 이탈리아 시간으로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한국시각 25일 오후 2시~26일 오전 6시) 실시됐다. 초기 개표 및 출구조사 결과 FdI가 속한 우파연합은 46% 안팎으로 득표, 의회 양원 과반을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멜로니는 출구조사 발표 뒤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FdI에 차기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했으며 많은 문제의 직면, 국가 단결을 촉구했다"며 사실상 승리 선언을 했다. 이와 동시에 제1야당이 될 중도좌파 진영 민주당(PD)은 부대표 명의 논평을 내고 패배를 인정했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 결과 집권이 유력한 우파연합의 (왼쪽부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포르차 대표·전 이탈리아 총리, 마테오 살비니 레가 대표. 사진은 2015년 11월 연설 모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무솔리니 파시즘 계승하며 정치 활동 시작

멜로니는 1977년 1월 15일 로마에서 태어났다. '싱글맘' 슬하 가르바텔라의 노동자 계층 마을에서 자랐다.

어떤 마음을 품었을까. 그는 10대 때부터 '이탈리아의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의 지도 이념 파시즘을 계승한 '포스트 파시스트 운동' 핵심 세력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19세에 당시 극우 국민동맹(NA)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면서 프랑스 TV에 출연, "무솔리는 훌륭한 정치인이었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2006년 NA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의회에 입성, 기성정치의 문법을 배웠다. 갑자기 무솔리니의 인종법과 권위주의, 나치 독일 편에서의 2차 대전 참전을 비판하며 태도를 바꿨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우파연합을 이끌던 베를루스코니 정부(2008~2011년) 초대 청년부 장관이 됐다. 당시 나이 31세로, 이탈리아 사상 최연소 장관이었다.

정권교체 직후인 2012년엔 이탈리아형제들(FdI)을 공동 창당,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시작했다. 2018년 총선 때는 4%의 저조한 득표율로 저무는 듯했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2019년 그는 파시스트 통치기 시작을 기린 '로마 행진(1922)' 만찬에 참석, 완벽한 극우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나는 여자이자 엄마, 이탈리아인이자 기독교인"이라고 선언, 이 발언이 댄스음악과 리믹스돼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논란의 중심을 FdI로 돌리고, 당과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한껏 이미지를 관리, 국가적 자부심 회복을 기치로 자칭 '기독교의 어머니'를 내걸어 지지자들을 결집해왔다.

낙태를 허용하되 의료진의 시술 거부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하고, 성소수자(LGBT)를 강력 반대하며, '이탈리아인 우선주의'를 내세워 외국인 대규모 이주를 비판, 반(反) EU·세계화는 물론 코로나19 방역 반대 등 웬만한 극우 가치는 총망라하는 주장을 거침없이 했다.

그 결과 이번 총선 투표에서 멜로니는 같은 우파연합 지붕 아래 정치 선배들인 마테오 살비니의 '레가'는 물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포르차'보다도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총선에 우파연합에는 △FdI △포르차 △레가 △어스모더레이츠(Us Moderates) 4개 정당이 합세했고, 이들 각 정당의 대표 이념은 (순서대로) △국수주의 △자유보수 △우파 포퓰리즘 △기독민주주의다.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총선 결과 다수당 대표가 정부 수반이 되는 만큼, 멜로니는 이탈리아 최초 여성 총리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2차 세계대전시기 무솔리니 이후 최초의 파시스트 극우 총리가 될 그와 이탈리아의 미래를 두고, 유럽 국가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 첫 여성 총리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극우 행보로, 유럽연합(EU)의 미래가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당선 유력 후보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 지난 6일 채널 라이1에 출연, 연설하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U 내에선 '헝가리 포지션' 예상

선거를 거치면서 멜로니는 EU와 유로존 탈퇴 목소리를 낮추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對) 러시아 제재를 강력하게 지지해왔다.

이 때문에 새 정부 들어서도 EU나 유로존이 당장 역내 3위 경제대국을 잃을 우려는 적지만, 이탈리아의 태세 전환은 자명해 보인다.

일단 멜로니는 독일과 프랑스 주도의 EU에서 이탈리아가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유럽의 골칫거리'로 통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지지하는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현 헝가리 정도의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달 외신기자들에게 3개국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이탈리아 우파는 수십 년 역사를 파시즘에 넘겼고, 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태도를 나는 취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멜로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운영하는 TV채널 미디어셋 기자 안드레아 잠브루노(41)와 연인 관계로, 두 사람 사이에는 딸 지네브라 잠브루노(14)가 있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 투표에 당선이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투표하고 있다. 2022. 9. 25.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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