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탱크 지원 주저하는 독일 총리..NYT 강력 비판
기사내용 요약
유럽 최대 민주국가 독일의 총리가
최대 위기 맞은 유럽 방어에 소극적
일많이 한다고 지도자 되는것 아냐
우크라 승리 아닌 현상 유지 협상 원하는 듯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전역이 2차세계 대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태도는 그가 유럽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함을 보여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신랄하게 비판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소극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위험한 전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격퇴하면서 전쟁 상황이 전환기를 맞은 상태에서도 독일은 지원을 늘리는데 소극적이다.
숄츠 총리는 지난 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간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전을 우려하는 사람은 숄츠 총리만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하면서 핵무기 위협을 제기하자 러시아-나토간 충돌 위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확전 방지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숄츠 총리는 지난 2월 전쟁 초기 1000억달러(약 142조원) 규모의 군비 확장 계획을 밝히고 분쟁지역 무기 수출 금지를 해제하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나치 과거의 후유증으로 유럽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서 군비 투자를 주저해온 독일로서는 혁명적인 조치였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여러번 입장을 바꾸었다. 그는 당초 우크라이나에 헬멧 5000개와 야전병원만을 지원했으나 최근에는 의회의 압박 아래 중화기 지원을 승인했다. 전쟁 발발 이래 독일은 첨단 방공무기, 다연장로켓 등 7000만유로(약 965억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끈질기게 지원을 요청해온 레오파르트 탱크와 라르데르 보병전투차량을 지원하길 거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겨울이 오기전 더 많은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탱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태다.
이런 독일 집권 연합정당들의 의지에 반하는 이같은 숄츠 총리에 행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동유럽 각국들도 비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탱크 지원을 꺼리는 숄츠총리의 태도가 현재의 전선을 기준으로 휴전협상을 추구하는 정책의 증거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최근 "탱크를 지원하지 못하는 이유를 속시원히 설명하지도 않는다. 추상적 우려와 핑계만 댄다. 우크라이나도 걱정하지 않는데 독일이 무얼 걱정하나"고 트윗했다.
숄츠 총리는 인터뷰에서 이 점을 지적하자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지도자가 아니다. 지도자는 의사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혼자 행동한 적이 없다. 이것이 위험한 전쟁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식"이라면서 "혼자서 움직이는 건 절대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숄츠 총리는 무거운 탱크를 대서양 건너로 운송하는 것이 어려운 미국이 독일이 탱크를 지원하는 걸 환영할 것이라는 생각을 반박했다. 그러나 이달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전에 성과를 내면서 수시로 탱크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바꿔온 숄츠총리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이 독일이 나토 회원국 의무를 다하기 위해 탱크가 필요하다고 하자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지원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독일 내에서도 숄츠 총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립정부에 참여한 자민당 소속으로 의회 국방위원장인 마리-아그네스 스트락-짐머만 의원은 "유럽 전체가 독일이 첫발을 떼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NYT에 기고한 글에서 "전쟁이 협상을 통해 끝날 것"이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면서 서방이 나토와 러시아간 전쟁을 원치 않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우위에 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썼었다.
숄츠 총리는 이번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 글을 두고 "매우 감명깊은 글이다. 문장 전부를 기억한다"고 했다.
푸틴이 지난주 동원령을 발표하고 점령지에서 합병 주민투표를 실시한 것을 두고 숄츠 총리는 푸틴이 "절박해졌다"면서 "푸틴이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할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그와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터뷰 내내 "승리"라는 단어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승리를 어떻게 규정할 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숄츠의 답변은 "러시아는 못이긴다"는 것에 그쳤다.
지난주 푸틴의 핵위협을 하면서 끝까지 전쟁을 할 것이라는 발언이 베를린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국제안보문제독일연구소의 안보정책 책임자 클라우디아 마요르는 "불행하게도 핵위협이 독일에서 먹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가 자격있는 지도자라면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열심히 일한다고 지도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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