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유럽서 가장 위험한 여성'·'여자 무솔리니' 伊 멜로니..서유럽 정치 지형 뒤흔들까 [나우,어스]

2022. 9. 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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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3위 경제 대국 伊, 2차대전 후 첫 극우 지도자 맞이
무솔리니 지지 단체 MSI서 정치 입문..Fdl 창당으로 계승
동성애 반대 집회 연설 영상으로 유명세..드라기 내각 불참이 '신의 한 수'
親EU 행보로 다른 극우와 차별화..국제사회의 의심은 여전
프란치스코 교황, 伊 극우 정권 등장에 난민·이민자 도울 것 거듭 촉구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성향의 총리가 될 조르자 멜로니(45·여·가운데)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조기 총선이 치러진 25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에 위치한 Fdl 중앙당사에서 총선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 후 ‘감사합니다 이탈리아’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웃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탈리아가 나치 독일 독재자였던 아돌프 히틀러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파시즘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총리를 맞이하게 됐다.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연합을 이끈 극우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45·여)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의 총리 등극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란 타이틀보단 2차대전 후 탄생한 현(現) 이탈리아 정치 체제에서 처음으로 극우 성향의 총리가 탄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이탈리아 지도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성향의 멜로니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위 경제 대국의 총리로 등장하면서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탈리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대(對)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며, 성소수자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유럽연합(EU)의 분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파시즘 정당서 정치 입문한 ‘여자 무솔리니’

멜로니는 1977년 로마 노동자계급 지역인 가르바텔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좌파들의 보루로 여겨지는 곳에서 극우 정치인이 탄생하고 성장한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웨이트리스, 바텐더, 보모 등으로 일했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성향의 총리가 될 조르자 멜로니(45·여·가운데)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조기 총선이 치러진 25일(현지시간) 수도 로마의 한 투표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

가정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멜로니는 자신 역시 워킹맘이자 미혼모다.

멜로니에겐 ‘여자 무솔리니’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15세 때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MSI는 1946년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단체로, 1995년 해체됐지만 멜로니가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l을 창당하면서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MSI가 사용한 삼색(빨강·초록·하양) 불꽃 로고는 Fdl 로고에서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고 단언한 멜로니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멜로니는 2006년 29세에 하원 의원이 됐고, 2008년에는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이 되며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31세) 장관 기록을 세웠다.

드라기 내각 나홀로 불참, ‘신의 한 수’로 작용

멜로니가 대중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지난 2019년 10월 동성 육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한 연설이 리믹스 버전으로 편집돼 유튜브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면서다.

당시 연설에서 멜로니는 “저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며, 크리스천입니다”라고 외쳤다. 무솔리니 정권 시절 파시스트들이 즐겨 썼던 글로건 ‘신(神), 조국, 가족’을 차용한 것으로 그의 짙은 파시스트 성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성향의 총리가 될 조르자 멜로니(45·여·가운데)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지난 2019년 10월 동성 육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La Repubblica' 채널 캡처]

애초 이 리믹스는 성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멜로니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그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들어선 마리오 드라기 거국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유일한 야당으로 남았던 정치적 결단 역시 이번 총선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정권에 불만인 유권자들에게 멜로니가 마지막 남은 대안으로 인식된 것이다.

볼로냐대 정치학 교수인 피에로 이그나치는 “멜로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에너지 비용 등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전 정권에 불만인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딱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로니, 親유럽 발언 언제 거둬들일지 몰라”

멜로니 내각 출현이 가시화되면서 ‘극우 정권’ 출현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다른 극우 정치인들과 달리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등 친(親)유럽적 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EU를 탈퇴하는 미친 짓을 하지 않겠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수차례 천명한 멜로니를 향한 의심의 눈길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총선 승리 연설에서 멜로니는 “EU의 상황이 복잡한 지금은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할 때”라며 국제 사회를 안심시키려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친유럽적인 양의 탈은 쓴 멜로니가 일단 집권하면 민족주의의 송곳니를 드러낼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멜로니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지칭하며 “EU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기금을 받아내기 위해 겉으로는 친유럽의 탈을 쓰고 있는 멜로니가 언제 태도를 변화할지 알 수 없다”고까지 진단했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첫 극우 성향의 총리가 될 조르자 멜로니(45·여·오른쪽)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와 우파 연합을 구성한 전진이탈리아(FI)의 베를루스코니(가운데) 전 총리,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왼쪽) 상원의원의 모습. [AP]

멜로니뿐만 아니라 우파 연합을 이끄는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전진이탈리아(FI)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친 러시아 성향이라는 점도 유럽 각국을 긴장 시키는 요소다.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 상황을 지렛대 삼아 EU 분열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밖에도 멜로니가 지난달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망명을 신청한 23세 흑인 남성이 북부 피아첸차에서 우크라이나 국적의 55세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피해자 동의 없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정도로 반이민·반동성애 의제에선 강경하다는 점도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이아 남부 마테라시(市)에서 집전한 야외 미사에서 “이민자들은 환영받고, 함께 가고, 지위가 높아지고, 통합되어야 한다”며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이민자와 난민이 존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한다는 우리의 의지를 새롭게 하자”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교황의 메시지를 두고 반(反)이민 등을 내세운 우파 연합이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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