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바다거북만 있는 바다 [더 나은 세계,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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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1986년부터 미국 플로리다 키스 제도의 거북이를 연구해온 ‘거북 병원’의 벳 지르켈바흐 원장의 말을 인용, 지난 4년간 플로리다주에서 부화한 바다거북이 모두 암컷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르켈바흐 원장은 “바다거북의 부화 과정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해마다 여름 기온이 상승해 폭염으로 이어진 지난 4년간 모두 암컷 바다거북만 부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호주에서도 발견되었는데,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2019년 호주 북동부 연안에 사는 새끼 푸른바다거북의 암컷 비율이 99%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바다거북은 1억5000만년 전부터 존재한 지구 역사의 산증인이다. 종류는 크게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메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바다거북, 켐프바다거북, 납작등바다거북 등 총 7종이 있다. 이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 ‘위기종’(Endangered·EN)으로 등재되어 채집과 도살, 포획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서도 보호받고 있다.
국내 또한 마찬가지이다. 해양수산부는 2012년부터 우리 연안에 출몰하는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바다거북 5종을 해양 보호생물로 지정했다.
지금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을 보호하더라도 만약 성비 불균형이 지속해서 진행된다면 개체 수 감소와 더불어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바다거북을 위협하는 건 비단 그동안 해양오염의 ‘상징’처럼 널리 알려진 ‘플라스틱 빨대’뿐만이 아니다. 암컷 바다거북만이 부화한 최근 4년은 플로리다의 여름 기온이 가장 높았던 시기인데,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바다와 모래 온도가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NOAA에 따르면 수정될 때 새끼의 성별이 정해지는 포유류와 달리 바다거북, 악어 등과 같은 상당수의 파충류는 ‘알이 부화할 때의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중에서도 바다거북은 알을 품는 모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섭씨 27.7도 이하에서 부화하면 수컷, 31도 이상에서 암컷이 된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함으로써 바다거북의 ‘개체군 여성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에 위치한 밀맨섬 해변에서는 푸른바다거북이 알을 낳기를 기다렸다 이를 가져가는 이들이 있다. 개체 수를 보전하고 생태를 연구하는 ‘거북 냉각 프로젝트’(Turtle Cooling Project) 팀의 일원으로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 호주 지부가 주관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들은 120일간 약 1262개의 알을 그늘로 옮겨 바다거북의 생존율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수컷 중 약 80%가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그늘에서 태어나는 등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서식처를 보존하고, 인공증식 및 자연 방류 등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해수부 또한 좌초하거나 다친 거북을 구조 및 치료하고, 인공증식 연구를 통해 개체 수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세계 곳곳에서는 바다거북과 더불어 수생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바다거북의 개체 수를 지속가능하게 보전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막아야만 한다.
범지구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불과 폭염 및 폭우, 한겨울에 발생한 히말라야 빙하 홍수까지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는 비단 바다거북의 성비 불균형뿐만이 아니다. 자연과 인류가 오래도록 공존하기 위해서는 내일이 아닌 오늘 당장 인류가 상당하고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예인 UN SDGs 협회 연구원 unsdgs.yein@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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