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원령 반대로 2000명 체포..과잉 징집에 소수민족 반발 확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부분 동원령을 내린 이래로 러시아 전역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2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러시아 독립 감시단체 OVD-info는 25일 현재 러시아 전역에서 동원령에 항의한 혐의로 2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24일에만 전국 33개 도시에서 최소 798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엔 어린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찰이 시위대와 대치하거나 체포하는 영상들이 퍼지고 있다. 한 여성 시위자는 경찰에 끌려가면서 “우리는 총알받이가 아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남서부의 자치공화국 다게스탄에선 동원의 부당함을 비판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다게스탄은 남쪽으로 아제르바이잔, 조지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인구 중 다수가 이슬람교도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다게스탄의 수도 마하치칼라에선 시위대가 ‘전쟁 반대’를 외치며 동원령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주요 도로 곳곳을 봉쇄했고, 경찰들은 군중들을 향해 스턴총이나 권총으로 총격을 가하면서 대치 상황은 극에 달했다.
이 같은 시위는 러시아 내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과잉 징집 우려가 나옴에 따라 열린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인구가 8000명에 불과한 다게스탄의 한 마을에서는 남성 100명 이상이 강제 소집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영국 BBC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된 이후 사망한 러시아군 6000여명 중 다게스탄 출신이 30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게스탄보다 인구가 5배나 많은 모스크바 출신 사망자 수보다 10배나 많은 인원이 사망한 것이다.
한편 소집통지서가 장애인이나 고령자, 미복무자 등 징집 명령 대상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오발송되는 사례도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러시아 남서부 볼고그라드에선 당뇨병과 뇌 질환을 앓고 있는 63세 남성이 소집 명령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과잉 동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민심 수습에 나섰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동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음을 인정하며 잘못 소집 명령을 받은 이들은 당국에 보고할 것을 촉구했다. 뱌체슬라프 글래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도 75명이나 잘못 소집 명령을 받았다며 많은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도 부분 동원령이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과도한 행동(동원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사회 내 날카로운 반응을 유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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