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의 꿈, 이번에는 이뤄야

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2022. 9. 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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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24년 전 매우 추운 겨울날이었다. 국회 앞마당에서 추위에 떨며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생 민주화 운동을 하시던 분이 대통령에 취임하니 어떤 취임사일 것이라는 것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지만 경청하던 중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민국을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신거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컴퓨팅 확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김대중 대통령께서 우리 국민들에게 깨우쳐 주신 것이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격했다. 필자도 전문가로서 컴퓨팅과  SW가 중요하다고 열심히 말하고 다녔지만 당시 정치권이나 사회 지도층의 이해는 매우 낮았다. 통신 인프라 구축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그 위에 어떤 서비스와 어떤 산업이 필요한지는 관심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컴퓨팅을 통한 디지털 혁신을 핵심 국정 철학으로 하겠다는 것을 직접 선언하신 것이다.

그 후 여러 정권을 이어 인터넷 망을 깔고, 전자정부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IT강국이라 자랑했지만 사회 전반의 본격적인 디지털 혁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회 지도층의 무관심은 디지털 혁신을 지연시켰다. 오죽하면 선출직 공무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점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우리가 제대로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일찍이 구축했더라면 송파 세모녀와 수원 세모녀의 비극은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4반세기 만에 윤석렬 정부는 다시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인재양성 정책의 서두를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발전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그리고 노동과 고용형태 등 미래세대 삶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얼마나 옳은 말인가? 세상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으면 올바른 정책은 쉽게 따라 나온다. 요즘은 디지털 혁신이 모든 기업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IT기업에서만 디지털 혁신을 시도했고, IT기업만 인력 부족을 호소했지만, 요즘은 모든 분야의 모든 기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시도한다. 이에따라 디지털 인재 부족의 심각성은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사실 디지털 인재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해결 되지 않았다. 역대 정부 모두 디지털 인재 양성을 공약하고 출발했지만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중고 정보 교사 1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성과 없이 물러났다. 학교 교육에서 컴퓨팅 수업의 시수를 늘리려면 다른 과목의 시수를 줄여야 한다. 그러니 갈등이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설득과 타협으로 갈등을 잘 조정해야 한다. 일회성으로 던지는 방편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2000년경 닷컴 버블이 불 때, 많은 SW인력을 양성했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외국에서는 최고 대접을 받는 것이 SW개발자 직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D 업종으로 취급 받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SW개발이라는 직업의 특성과 SW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

다행히도 우리 대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상당한 수준으로 연구하고 잘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학술대회에 우리 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 수가 이미 상위권에 올랐다. 인공지능대학원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연구 상태계가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 인공지능의 주제는 대용량화다.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엄청난 크기의 컴퓨팅 모델을 훈련 시키는 것,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성취하지 못했던 높은 능력과 융통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우리 대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다행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대기업들이 그 인프라를 대학과 공유하면서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에 능력이 우수한 좋은 인력이 다수 배출되고 있다.

한 외국연구소에서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수준을 세계 5위라고 발표했다. 평생을 우리나라를 중진국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놀라움이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 젊은 연구원들이 5위로 만족하지 않고, 세계 3위, 즉 G3가 되기 위한 전략을 세우자는 주장을 펼친다. 이런 우리 젊은 연구원들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중소-중견 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걱정이 많다. 중소기업은 정보화도 미흡하고, 따라서 디지털 혁신에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배출되는 디지털 인재가 워낙 적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훈련받은 인재를 채용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힘들게 훈련시켜 놓으면 대기업에서 빼간다고 하소연한다.

연구중심 고급 인재양성에 집중된 지금까지의 정부 디지털 인재 양성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중소-중견 기업 영역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디지털 능력을 활용해 혁신을 이끄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는 상당히 성숙해 누구나 쉽게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즉 '인공지능 확산의 시대'가 도래했다. 따라서 정부의 인재양성 정책은 인공지능 확산에 맞춰져야 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초중고에서부터 공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금수저만이 디지털 교육을 받아 미래를 준비하고, 흙수저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면 그런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상당량의 컴퓨팅과 코딩 교육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컴퓨팅 교육 시수를 수학과 같은 수준으로 높였다. 미국 어린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10배에 해당하는 컴퓨팅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 중 재미난 코딩도 많이 하고, 자연스럽게 인공지능도 접한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국운 융성의 대로에 접어들었는 생각이 든다. 정치만 잘 한다면 우리는 곧 1등국가, 즉 G3에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가 축구, 골프 경기를 석권하고 있다. 우리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았다. 우리의 영화와 우리 젊은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전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만드는 핸드폰, 가전제품, 반도체, 자동차, 선박이 세계 최고의 제품다. 우리가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우리가 만든 비행기가 세계의 하늘을 지키며, 우리가 쏘아 올린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돌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가 연구-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전세계 방방곡곡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4반세기 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꿈꿨던 '컴퓨터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가 비로서 이뤄지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정책과 디지털인재 양성 정책이 이 거대한 꿈의 완성이었으면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 정책을 핵심 국정과제로 강력하게 추진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김진형 인천재능대학교 총장(jkim@KAIS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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