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 눈물 쏙 빼고.. 라미란, 배꼽 쏙 빼고

박세희 기자 2022. 9. 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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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로 첫 뮤지컬 영화에 도전한다.
라미란은 전편에 이어 또 한 번 ‘주상숙’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 같은날 개봉 영화로 맞붙는 두 중년 여배우

- ‘인생은 아름다워’ 염정아

데뷔 32년차, 뮤지컬 영화 도전

처음엔 머리·몸 따로 놀아 당혹

1년간 노래연습하고 춤도 연마

연기 오래했다지만 너무 재밌어

- ‘정직한 후보2’ 라미란

전편으로 청룡 여우주연상 받고

‘내년에도 배꼽도둑 되겠다’ 선언

능청스러운 연기로 영화 끌고가

더 웃겨야한다는 부담안고 도전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2’가 오는 28일 동시에 개봉한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각각 염정아와 라미란. 대한민국의 두 대표 중년 여배우가 맞붙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염정아는 눈물을 쏙 빼고 라미란은 배꼽을 쏙 뺀다. 두 배우를 각각 만났다.

◇세월과 함께 깊어진 연기력…꾸준한 활동 원동력은 ‘재미’

1991년 데뷔해 올해로 32년 차를 맞은 배우 염정아는 ‘인생은 아름다워’로 ‘뮤지컬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많은 분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다”며 설레했다.

예전부터 여러 인터뷰에서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온 그다.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분명 내 목소리고 내 몸인데 왜 생각한 대로 안 나오죠? 하하. 1년간 노래 연습을 했고요, 매일 춤도 연습했어요.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미스코리아 출신인 그는 20∼30대에는 세련된 도시 여성을 주로 연기했다. 그러다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영화 ‘장화홍련’이다. 이후 드라마 ‘스카이 캐슬’로 ‘미친 연기력’을 선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로 떠올랐다.

여배우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젊은 시절이 지나며 하나둘 자취를 감춘 스타들과 다르게 그는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30년이 넘도록 꾸준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두 손을 꼭 모으며 소녀처럼 답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런 작업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영화 속 염정아가 맡은 ‘세연’은 무뚝뚝한 남편 ‘진봉’(류승룡 분)에게 구박을 받다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사는 게 다 그렇죠. ‘알 수 없는 인생’이고요. 그렇지만 우리한텐 아름다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 순간들을 생각하시면서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운 거지’라고 생각하셨으면 해요.”

◇또 한 번 ‘배꼽도둑’ 된 라미란…“부담 있지만 파도처럼 맞아”

“왜 상을 주고 그러세요. 제가 사실 ‘정직한 후보2’를 찍으려고 하고 있어요. 내년에도 여러분의 배꼽도둑이 돼보겠습니다!”

지난해 배우 라미란이 영화 ‘정직한 후보’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고 한 말이다. 이 말을 두고 라미란과 절친한 개그우먼 김숙은 “희극인도 안 하는 ‘배꼽도둑’ 이야기를 하느냐”고 타박했지만, ‘정직한 후보2’로 라미란은 또 한 번 ‘배꼽도둑’이 됐다.

평소 거짓말을 달고 사는 정치인 ‘주상숙’이 갑자기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정직한 후보’ 시리즈에서 라미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다만 이 같은 설정을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은 시즌2의 단점이다. 하지만 라미란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다시 한 번 영화를 강력하게 끌고 나간다.

‘라미란표 코미디’의 정석과 같은 시리즈지만 그는 “‘라미란표 무엇’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믹 퀸’ ‘라미란표 코미디’ 이런 게 생기지 않길 바라요. 이다음에 선보일 작품에선 웃음기가 하나도 없는 인물이에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항상 고민하고 애쓰고 있습니다.”

서울예술대학 출신인 라미란은 30세에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늦깎이 데뷔를 한 뒤 ‘막돼먹은 영애씨’ ‘응답하라 1988’ ‘댄싱퀸’ 등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그러다 만난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의 진가를 보여준 운명 같은 작품이다.

많은 배우가 그러듯 속편을 하기로 마음먹기는 쉽지 않았을 터. “고민되긴 했어요. 더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죠. 그런데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하고 후회하자’, 제 삶의 모토이기도 하고,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하는 게 낫잖아요. ‘걸캅스’로 처음 주연을 맡았을 때부터 마음의 짐을 내려놨어요. 나에게 오는 파도를 그냥 맞아야겠다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해나갈 뿐입니다.”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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