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의 눈물과 웃음, 드라마 밖 한 편의 서사[스경연예연구소]
지난 4월 배우 박민영과 열었던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 편’ 종방기념 비대면 인터뷰. “평소에 하던 로맨틱 코미디와 결이 다른 것 같다”는 질문에 박민영이 갑자기 휴지로 눈가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인터뷰하던 기자들 심지어 대답하던 박민영마저 스스로 당황스러워하던 상황이었다. ‘기상청 사람들’의 진하경은 물론 로맨스물의 주인공이었지만 피곤한 일상의 잔재를 감당하는 인물이었고, 그만큼 건조한 환경으로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했던 박민영은 어느새 마음의 응어리가 많았던 셈이다.
그 이후 박민영을 다시 만난 것은 5개월 후 tvN 새 수목극 ‘월수목화목토’의 제작발표회에서였다. 그동안 강아지, 골프와 함께 힐링한 박민영의 표정은 부쩍 밝아 보였다.
박민영이 다시 로코(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 번째다. 아마 2018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2019년 tvN ‘그녀의 사생활’에 이어 세 번째라는 의미인 듯하다.
그의 커리어 많은 작품이 로맨스를 담고 있었지만 2007년 ‘아이 엠 샘’은 학원물의 성격이 강했고, 2010년 ‘성균관 스캔들’은 사극의 외피를 쓰고 있었다. ‘시티헌터’는 액션, ‘영광의 재인’은 스릴러의 요소가 있었다. 송승헌과 호흡을 맞춘 ‘닥터 진’은 당시 유행했던 시간을 오가는, ‘타임슬립’물의 전형이었다.
‘월수금화목토’에서 박민영은 ‘계약결혼 마스터’라는 가상의 직업에 종사한 자영업자 최상은을 연기한다. 그의 일은 주위로부터 결혼에 내몰리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혼이 필요한 이들에게 ‘서류로서의’ 혼인관계를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일이다.
어쨌든 이러한 설정 때문에 박민영은 극 중 여러 남자와 서류상 혼인관계를 맺는다. 그 과정이 심각하기보다는 가볍게 그려지기 때문에 코믹한 성향이 강하다. 거기에 연출을 맡은 남성우PD가 의상이나 애드리브에서 많은 부분을 열어줬기에 자유분방한 박민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극 중 최상은의 모습을 한 박민영은 화려한 의상으로 클럽에서 뛰놀기도 하고, 노래방을 차려놓고 아이유의 ‘삼단고음’을 마음껏 한다. 의상 역시 전작에서 묶여있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유롭다. 그는 제작발표회에서도 “맘껏 놀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돌아가서, 박민영이 ‘기상청 사람들’을 한 후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던 것은 지금까지 했던 ‘로코’ 그 이상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로코로 입지를 얻고, ‘로코여신’이라 불렸던 스스로의 입지가 그의 다음 행보에 부담이 된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억지로 변신을 도모한다고 해서 대중이 그렇게 봐주지 않는 것이 또 드라마의 세계다. 각각의 드라마 대본은 모두 다르고, 거기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인물이 피어난다. 자유로운 박민영의 모습은, 지난 휴식기에 그러한 부담을 떨쳐내고 깨달음을 얻은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5개월 사이에 본 박민영의 눈물과 웃음은, 대중에 나서는 배우로서 고뇌와 번민 그리고 그 해결 과정을 보여준다. 배우의 삶은 꼭 작품 안에만 있지 않다. 나름의 시련을 벗어나고 해결하는 또 다른 서사가 드라마 밖의 배우에게도 존재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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