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하려고 만든 유튜브였는데.."유럽서 가장 위험 여성" 총리 등극
이탈리아가 사상 첫 여성 총리를 배출하게 됐다. 또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1922~1943년 집권) 이후 79년만에 첫 극우성향의 지도자를 맞이하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했다는 출구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극우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의 총리 등극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멜로니가 정치권에서 유명해진 것은 유튜브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10월 동성 육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한 연설이 리믹스 버전으로 편집돼 유튜브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은 것이다.
"저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고, 크리스천입니다"라고 외쳤는데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와 중독적인 비트가 더해지면서 '조르자 멜로니 리믹스'는 유튜브 조회 수가 1200만 회 넘게 찍혔다.
이 리믹스는 성 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멜로니를 조롱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인지도를 높여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드라기 총리가 실각하고 조기 총선이 결정되면서 지난 정권에 불만인 유권자들은 멜로니를 마지막 남은 대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볼로냐대 정치학 교수인 피에로 이그나치는 "멜로니는 인플레이션, 에너지 비용 등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전 정권에 불만인 사람들에겐 선택지가 딱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7년 로마 노동자계급 지역 가르바텔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멜로니는 가정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멜로니는 본인도 워킹맘이자 미혼모다.
그는 15살 때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MSI는 1946년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단체로, 1995년 해체됐지만 멜로니가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l을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그는 2006년 29세에 하원 의원이 됐고, 2008년에는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이 되며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31세) 장관 기록을 세웠다. 멜로니는 '강한 이탈리아'를 표방하는 극우 정치인으로, 반이민·반유럽통합 등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그가 집권할 경우 이탈리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대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며, 동성애자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유럽연합(EU)의 분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며 국제 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그는 "EU를 탈퇴하는 미친 짓을 하지 않겠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 남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
하지만 의심의 눈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멜로니가 일단 집권하면 민족주의의 송곳니를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독일 시사 주간지 '슈테른'은 지난 22일자 최신호 표지에 멜로니의 사진을 싣고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정의했다.
또 부제에는 "포스트 파시스트인 멜로니는 푸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유럽에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테른은 "멜로니는 자신을 기독교인이자 현대적이고 무해한 사람인 것처럼 소개하지만 선거를 치른 뒤에는 다를 것"이라며 "그는 이탈리아를 권위주의 국가로 바꾸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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