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최국희 감독 "'인생은 아름다워=마라톤'..꾸준한 노력으로 일궈낸 완성작"(종합)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인생은 아름다워' 최국희 감독이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
영화 '스플릿'(2016), '국가부도의 날'(2018)에 이어 180도 새로운 장르로 돌아온 최국희 감독은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인생은 아름다워'(최국희 감독, 더 램프 제작)는 지난 2020년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년간 개봉을 연기했다.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류승룡)의 이야기를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노래하는 뮤지컬 영화다.
첫사랑, 우정, 가족애 등 남녀노소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린 '인생은 아름다워'는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최 감독은 "그동안 뮤지컬을 종종 보러 가긴 했지만, 영화로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며 "연기와 함께 춤과 노래를 맞춰야 하다 보니 촬영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 성격이 급한 편인데, 인내를 가지고 해야하는 장르였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개봉일이 미뤄져 2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 최 감독은 "나름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지점들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들과 함께 좋은 시기를 기다렸다. (개봉이 미뤄졌다고 해서) 후반 작업을 더하진 않았고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차기작 촬영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중현의 '미인',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Solo예찬',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에 맞게 펼쳐진다.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최 감독에게도 첫 번째 도전이었다. 그는 "작품을 연출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먼저 읽어본 후, 다양한 뮤지컬을 관람하고 공부를 했다. 또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찾아봤다"며 "보는 것과 달리, 영화로 만드는 것은 시행착오가 생기더라. 녹음과 편곡, 배우들마다 음정 잡는 것도 모두 달라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주크박스 음악을 기반으로 한 만큼, 선곡 리스트도 다양했다. 최 감독은 "노래 가삿말이 작품 시나리오에 딱 떨어졌으면 했다"며 "대표, PD, 배우, 작가님의 추천 리스트를 앞에 놓고 하나씩 좁혀 나갔다. 원래 이문세의 '세월이 가면'이 넘버 리스트에서 빠졌었는데, 아쉬움이 남아서 엔딩 크레딧에 넣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최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배우 염정아, 류승룡에 무한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두 배우의 언밸런스한 조합 덕분에 오히려 더 좋은 시너지가 뿜어져 나왔다"고 운을 뗀 뒤, "류승룡 선배는 한 템포 빠른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계신다. 그만큼 코미디 장르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 중 한 분이다. 아무래도 진봉이 괴팍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미워만 할 수 없게끔 캐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는 (류승룡이) 제격이지 않았나 싶다. 또 스태프들까지 굉장히 잘 챙겨주신다. 대전에 가면 유명한 빵집에 들러 빵을 사 오셨고 크리스마스에는 큰 감자칩 깡통도 주셨다.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정말 잘해주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염정아 선배도 연기를 워낙 잘하시지 않나. 예전부터 (염정아가)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순서까지 조율할 정도로 많은 걸 개선하고 도움을 주셨다. 염정아 선배와 함께 작업하면서 보고 배울 점도 많았다. 두 분 모두 제 작품에 나와주셔서 감사했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박세완, 옹성우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최 감독은 "박세완(어린 세연)은 제 마음속 0순위 캐스팅이었다. 처음 봤을 때 염정아 선배와 많이 닮았다고 느꼈고 연기도 훌륭하게 소화했다. 옹성우는 첫사랑 이미지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춤과 노래를 잘했기 때문에 뮤지컬 영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 섭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옹성우는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어 최 감독의 차기작인 '별빛이 내린다'(가제)까지 호흡을 맞추게 됐다고. "옹성우가 연기를 잘한 것은 물론, 인격적으로도 너무 훌륭한 배우였다. 이번 작품을 보고 더 큰 역할을 맡아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또한 JTBC 음악 예능 '슈퍼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호피폴라의 하현상이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하며 화제를 모았다. 진봉과 세연의 무뚝뚝한 고3 수험생 아들 서진을 연기한 그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이 주로 관객을 울리는 노래들이지 않나.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노래 잘하는 분을 꼭 찾고 싶었다"며 "하현상을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순수하더라. 노래 첫 소절 듣자마자 반해서 오디션을 더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현상이) 연기하기 싫다고 해서 두 번 정도 저희가 설득을 했다. 그런데 연기할 때도 자기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고 극찬했다.
특히 하현상이 부른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립싱크가 아닌 배우들 중 유일한 현장 라이브였다. 최 감독은 "그 장면은 특별히 좋은 마이크를 가져다 놓고 현장 녹음을 했다. 작품 안에서 중요한 신이기 때문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더욱더 필요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최 감독은 뮤지컬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화에 뮤지컬 장르가 들어가면 더욱 다채로운 색채가 나올 것 같았다. 이야기에 음악이 붙으면 감정이 배가되는 지점들이 있다. 제가 원하는 장면대로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의 합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이로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추후 연출하고 싶은 영화 장르에 대해서는 "누아르 장르를 꼭 도전하고 싶다"며 "우리나라에 '누아르 장인'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많이 계셔서 그 시나리오에 맞는 분들이 따로 계실 것 같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장르가 겹치지 않는다. 일이 재미있어야 효율도 생기기 때문에 이전에 해본 걸 또 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감독은 '인생은 아름다워'를 '마라톤'에 비유했다. "많은 배우들이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고 보컬과 안무, 촬영 회차, 시간 등 꾸준히 달려오면서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번 작품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올 가을 따뜻한 영화 관람하시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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