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선 출구조사서 우파연합 1위..멜로니, 첫 극우·여성 총리 될 듯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9. 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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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25일(현지시각) 벌어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이날 출구 조사에서 FdI가 속한 우파연합이 41~45%의 득표율로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며 집권세력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우파연합내 최대 당이 될 것으로 보이는 FdI의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80여년만의 극우 성향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 EPA

이탈리아 전역에서 25일 (현지시각)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이탈리아형제들(FdI·극우)과 동맹(Lega·극우),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중도당(NM·중도우파) 등의 연합인 ‘우파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45) FdI 대표의 총리 등극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이자, 파시즘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약 80년 만의 극우 성향 지도자다.

국영 라이(Rai) 방송이 이날 오후 11시 발표한 출구 조사에 따르면 우파연합은 41~45%의 득표율로 하원에서 227~257석을, 상원에서는 111~131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원이 총원 400명, 상원이 총원 200명임을 감안하면 과반을 넘기는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중도좌파연합이 뒤를 이어 25.5~29.5%의 득표율로 하원 78~98석과 상원 33~53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오성운동(M5S)이 그 뒤를 이어 13.5~17.5%의 득표율로 하원 35~56석, 상원 12~34석을 가져갈 전망이다.

집권 우파연합 내에서는 FdI가 22~26%, 동맹이 8.5~12.5%, FI가 6~8%, NM이 0.5~2.5%의 득표율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총리직의 향방을 가늠할 원내 1당 경쟁에서는 FdI와 가 제1당이 되고 17~21%의 득표율을 얻은 민주당(PD)이 제2당, 오성운동이 제3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개표 과정에서 FdI와 PD 간의 득표율이 역전되는 이변이 없는 한 FdI 대표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가 된다. 우파 연합은 지난 7월 27일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정당 대표를 총리로 밀기로 약속한 상태다.

극우 성향의 FdI는 2018년 총선에서 4%의 득표율에 그쳤던 원내 소수 정당이었으나, 4년여 만에 원내 1당이 되고 총리까지 배출하는 돌풍을 일으키게 됐다. Fdl는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때 유일하게 내각에 참가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은 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이후 물가 급등과 경기 악화, 난민 문제 등으로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자 이에 대한 반사 이득을 봤다. FdI는 줄곧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 서민 경제 붕괴, 불법 이민으로 인한 일자리 환경 악화 등의 문제를 계속 지적하면서 급속히 인기를 얻었다.

멜로니 대표는 특히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쪽 해상을 봉쇄해야 한다”는 등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 민족주의, 기독교적 가치, 가정에서의 전통적 성역할 중시 등 유럽 내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이 보이는 이념 노선을 대부분 따르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EU)과 유로존 탈퇴 등은 “미친 짓”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제재 등에 대해서도 찬성한다.

독일·프랑스와 함께 EU를 주도하는 이탈리아에서 멜로니를 앞세운 극우 성향 정권이 출현하면 이탈리아는 물론 EU 내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당장 이탈리아의 경제정책과 외교 정책에 변화가 오고, EU 정치 내에서도 극우 성향 정치 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3국이 손발을 맞춰왔던 구도가 깨지고, 이탈리아가 극우적 성향의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과 손을 잡게 되면서 EU 정치의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탈리아 차기 정부가 당장 극우적인 색채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EU가 2026년까지 제공하는 1915억 유로(약 264조원)에 이르는 신종 코로나 회복 기금을 정상적으로 받으려면 EU에 협조해야 한다. 다만 Lega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FI 당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뚜렷한 친러·친푸틴 성향을 보이고 있어 대(對) 러시아 정책을 놓고 집권당 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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