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저한테는 1000만원이 더 크게 느껴져요"

차형석 편집국장 2022. 9.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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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기념호 기획으로 어떤 것을 준비할까.

한 명당 94억원.

김형수 지회장이 "솔직히 저한테는 1000만원이 더 크게 느껴져요"라고 말했다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창간 전부터 기자들을 응원한 오랜 독자님의 말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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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지회 지회장에게 걸려있는 손해배상 소송은 94억원이다. 김 지회장이 9월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 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창간 15주년 기념호 기획으로 어떤 것을 준비할까. 한 달여 전, 편집국 기획회의를 하면서 두 개의 단어를 떠올렸다. ‘노란봉투’와 ‘독자’.

제777호에도 썼지만, 노란봉투는 〈시사IN〉 독자가 편집국에 편지를 보내오면서 시작되었다. 8년 전 일이다. 올해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파업을 계기로 ‘노란봉투법’이 다시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시작을 함께한 우리가 어떻게 끝이 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나경희 기자가 노란봉투법을 다시 환기하게 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사람들을 취재했다. 파업이 끝났지만 노조 조합원 42명은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파업 도중에 하청업체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김형수 지회장의 국회 앞 단식 농성으로 이들에 대한 고용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9월22일 현재 이들은 조선소 대신 농성 천막으로 출근하고 있다. 

파업 이후 회사는 하청노조 간부 다섯 명에게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 명당 94억원. 월 300만원씩 벌어서 꼬박 갚아도 261년이 걸리는 돈이다. 그 액수에 현실감각이 사라진다. 김형수 지회장이 “솔직히 저한테는 1000만원이 더 크게 느껴져요”라고 말했다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노란봉투법 논의가 시작되자 여당과 재계, 보수언론이 반발하고 있다. 노동 분야 취재를 오래 해온 전혜원 기자가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예상되는 논쟁을 두루 살폈다.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리 싸움이 예견된다. 월급 올리자고 파업을 했는데, 평생 일해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게 정말 온당한가? 이번에는 국회에서 해답을 듣고 싶다.

얼마 전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나와 〈시사IN〉’ 공모전을 열었다. 많은 독자들이 자신과 잡지에 얽힌 이야기를 보내왔다. 그 특별한 사연들을 이번 호에 실었다. 한 부부는 〈시사IN〉이 주최한 행사에서 만나 혼인하게 되었다. 꼼꼼히 메모를 하며 읽는 독자, 〈시사IN〉을 함께 읽는 모임도 취재했다. 창간 전부터 기자들을 응원한 오랜 독자님의 말도 전한다. 〈시사IN〉을 통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은 독자님들의 사연과 응원을 읽으며 기쁘고 설렜고, 다시 한번 책임감을 느꼈다. 15년 동안 함께해준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차형석 편집국장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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