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100년 만에 이탈리아 첫 극우총리 탄생

박세영 기자 2022. 9. 2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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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차기 총리가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 지난 8월 24일 로마에서 열린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의형제들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가 25일 총선 투표장에서 투표용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정당들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지난 1922년 집권한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지도자이자 첫 여성 총리 탄생이 유력하다. 난민, 성소수자, 낙태, 유럽연합(EU) 등을 강하게 반대하며 ‘여자 무솔리니’,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등으로 불린 극우 여성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45·사진)의 집권은 유럽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출구조사 결과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인식되는 득표율 40%를 넘어서는 수치로 우파 연합은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출구조사 결과에서 이변이 생기지 않는다면 우파 연합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Fdl의 멜로니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세 정당은 지난 7월 27일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다. 멜로니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집권한 첫 극우 성향 지도자가 된다.

멜로니는 1977년 로마의 노동자 계급 지역이자 좌파들의 보루로 여겨지는 가르바텔라에서 나고 자랐으나 15살 무솔리니 지지자가 창설한 파시스트 성향의 정당 ‘MSI’의 청년 조직에 입당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웨이트리스, 바텐더, 보모 등으로 일했다. 그는 2006년 29세에 하원 의원이 됐고, 2008년에는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이 되며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31세) 장관 기록을 세웠다.

MSI는 1946년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단체로, 1995년 해체됐지만 멜로니가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l을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멜로니를‘여자 무솔리니’로 칭하는 이유다. 그는 최근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고 선을 그었지만 MSI가 사용한 삼색 불꽃 로고를 Fdl 로고에서도 계속 사용하는 등 파시즘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언론인 안드레아 잠브루노와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MSI는 지난 2018년 총선에서 불과 4%의 득표율을 기록한 군소 정당이었다. 그러나 2019년 10월 동성 육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저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고, 크리스천입니다”라고 외쳤다. 이 연설이 리믹스 버전으로 편집돼 유튜브에서 ‘조르자 멜로니 리믹스’는 유튜브 조회 수가 1200만 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리믹스는 성 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멜로니를 조롱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멜로니는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을 구성할 당시, 유일한 야당으로 남았다. 이후 드라기 총리가 실각하고 조기 총선이 결정되면서 멜로니는 전 정권에 대한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멜로니는 ‘강한 이탈리아’를 표방하는 극우 정치인으로, 반이민·반유럽통합 등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그가 집권하면 이탈리아가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대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며, 동성애자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EU의 분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멜로니는 앞서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아프리카 이주민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는 영상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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